[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월스트리트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인 긴축으로 미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 차례에 걸쳐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는 사이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던 월가 투자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2.00~2.25%로 올린 정책자들이 12월 추가 긴축 및 내년 세 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한 데 이어 의사록에서도 매파 기조가 확인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과열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제시하면서도 금리인상 사이클을 늦추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자 과도한 긴축이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는 경고가 구루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라보뱅크의 린 그레이엄 타일러 채권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연준이 이대로 금리인상을 거듭하다가는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며 “실제로 침체가 발생할 경우 앞으로 2년 이내에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앞으로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추가로 단행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경제에 한파를 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서틀 이코노믹스의 필 서틀 대표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연준의 긴축이 민간 소비와 고용, 경제 성장에 이렇다 할 충격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다”며 “금리에 민감한 주택시장과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실물경기 타격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주택시장은 모기지 금리 상승에 따른 타격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인 이들을 제외한 대출자들의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가 10년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서면서 주택 거래와 집값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고, 뉴욕증시에서 건축 관련 종목이 최근 베어마켓에 진입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 역시 연준의 긴축에 따른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이자율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고, 시간당 임금이 상승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담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10년 전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를 예측해 관심을 끌었던 이코노미스트 게리 실링 앤 코의 대표 게리 실링도 연준을 향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과거 경기 침체를 촉발시켰던 정책 기조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링 대표는 “연준은 금리를 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전례 없는 규모로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고 나섰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12차례의 침체 가운데 11차례는 연준이 원인을 제공했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준 정책자들 대부분은 이코노미스트이며, 지나치게 이론적인 나머지 고용과 인플레이션의 함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연준의 추가 긴축에 대한 경계감은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이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 루이스 연준은행 총재는 테네시에서 가진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강력한 경제 펀더멘털이 금리인상에 설득력을 제공했지만 현재로서는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 않다”며 “실물경기가 건재하다고 해서 반드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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