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중심 정부규제 따른 '풍선효과'
호재 없이 집값만 올라..추격매수 주의해야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정부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한 후 대전 아파트에 경매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9.13 대책으로 서울 및 수도권 규제가 강화되자 비규제 지역인 대전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수도권 경매 투자자들이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부산이나 이미 오를대로 오른 광주를 제외하고 수도권과 가까운 대전 경매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전 지역엔 뚜렷한 호재가 없기 때문에 섣불리 추격매수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2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대전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달 기준 8.5명이었다. 직전월인 9월 4.8명에서 77% 증가한 수치다. 이번 응찰자 수는 역대 최고치였던 작년 12월(10.1명) 이후 두 번째로 높다.
응찰자 수가 많았던 상위 5개 물건은 평균 응찰자가 22.4명이었다. 대전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는 지난달 응찰자가 38명으로 대전 중에서 가장 많았다. 전국 아파트 중에서는 두번째로 많은 응찰자 수다.
대전에서 크로바아파트 다음으로 응찰자가 많았던 물건은 서구 둔산동 수정타운(23명)이다. 이어 대전 중구 태평동 버드내마을아파트(22명), 대전 유성구 지족동 열매마을1단지(16명), 대전 중구 대흥동 대전센트럴자이1단지(13명)가 뒤를 이었다.
이들 다섯 물건은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이 평균 101.1%였다. 특히 크로바아파트는 응찰자 수 뿐만 아니라 낙찰가율도 127%로 가장 높았다. 응찰자 수와 낙찰가율이 높을수록 경매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대전지역 일부 아파트는 9.13 대책이 발표된 후 경매시장에서 입찰 경쟁이 더 치열해진 모습을 보였다. 대전 중구 대흥동 대전센트럴자이1단지는 지난 7월만 해도 응찰자 수가 9명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다시 경매에 나오자 응찰자 수가 13명으로 늘어났다.
대전 서구 월평동 누리아파트는 지난 6월 응찰자가 1명이었는데 지난달 다시 경매에 나오자 응찰자가 9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대전 경매물건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대전이 정부 부동산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대전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며 "투자자들이 대출을 일으켜 자기자본을 최소화해서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전은 수도권과 가까워서 수도권 경매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다. 다른 주요 대도시인 부산과 광주에 비해 투자 여건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장점도 있다. 부산은 미분양 물량이 3개월째 3000가구를 웃돌 정도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광주는 지난달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해 가격 부담이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대전 아파트 매매시장이 상승한 데 따라 경매시장도 같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대전 크로바아파트 전용면적 101.79㎡(약 30평)는 일반 매매시장에서 7억원 넘는 가격에 팔렸다"며 "대전 아파트 매맷값이 상승한 후로 경매시장도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전에 뚜렷한 호재가 없는데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강은현 대표는 "투자자들이 대도시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 물건을 사들이면 그 지역 집값은 자연스레 오른다"며 "1~2주 후 그 지역 집값이 올랐다고 언론이나 한국감정원에 소개되면 일반인들이 추격매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투자했던 사람들이 팔고 나가면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대전 집값이 상승할 만한 재료가 없는데 아파트값이 오르는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로 일시적 거품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