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투자 평가시 시중은행 지방 점포 가중평가 추진
시중은행 "점포 전략은 자율 영역‥지방 부담 떠넘기기"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당국이 '지역재투자 평가제도' 도입시 시중은행이 지방에 점포를 내면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금융자원의 지역균형 배분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반면 시중은행은 비대면 채널 확대로 기존 점포도 줄이는 마당에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반발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지역재투자 제도 평가 방법을 확정하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을 검토 중이다. 점포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 부족한 지방에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이미 지방을 중심으로 점포를 운영 중인 지방은행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평가 지표에 차이를 두게 될텐데 인프라 투자 여력이 많은 시중은행은 점포나 ATM에 평가 비중을 많이 두는 방향이 될 수 있다"며 "절대적인 양도 보고 상대적인 증가세도 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재투자 제도는 금융회사가 지역에서 거둔 예금을 지역 실물경제에 재투자(대출)하도록 유도하는 게 주요 골자다. 평가 항목에 지역 대출 실적뿐 아니라 인프라 투자(점포·자동화기기 신설), 지역금융 지원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대형 저축은행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이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고, 지자체 금고은행이나 법원 공탁금보관은행 선정에 활용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은 달라진 영업 환경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 기준이라는 반응이다.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점포나 ATM도 없애는 추세인데 지방 인프라 투자에 가중치를 두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
실제로 은행권은 영업점포를 꾸준히 줄이는 추세다. 일반은행 점포 수는 2015년 5276개에서 올해 6월말 4797개로 9.1% 줄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점포 수도 4316개에서 3845개로 10.9% 감소했다. 지방은행 역시 965개에서 952개로 1.3% 점포를 줄였다.
특히 최근 지역 경기침체로 영업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작정 지방 인프라를 늘릴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점포 전략은 수익성이나 고객 편의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지역금융회사들이 있는데 전국을 기반으로 하는 시중은행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현장과 동떨어진 생색내기식 안을 많이 내놓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수가 감소하면서 인력 재배치나 지점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며 "점포수와 영업력이 비례한다는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