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ETF까지 IT 섹터 매도 1순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며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주도했던 IT 대장주가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매도 1순위로 전락했다.
자산운용사 업계의 펀드매니저들이 이른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을 필두로 IT 섹터의 비중을 약 10년래 최저치로 떨어뜨린 것.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해당 종목의 밸류에이션이 한계 수위에 이른 데다 애플 아이폰을 둘러싼 비관론, 여기에 내년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성장주의 투자 매력이 꺾였다는 지적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융시장 전반의 유동성 위축도 성장주와 방어주의 희비를 갈라 놓은 변수로 꼽힌다.
13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월가 펀드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에서 IT 섹터의 비중을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운용 자금 총 5310억달러의 대형 펀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IT 섹터의 비중 확대 포지션이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IT 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 100 지수의 변동성이 2011년 이후 최고치로 뛴 상황. 여기에 아마존과 애플을 중심으로 대장주의 이익 전망 부진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투자자들의 ‘팔자’를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BofA-메릴린치는 이날 투자 보고서를 통해 “IT 성장주를 중심으로 증시에 대해 비관론을 유지하고 있다”며 “펀드 매니저들의 움직임을 근거로 볼 때 주식시장의 바닥 신호가 나타났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을 포함한 월가의 투자은행(IB)이 연이어 애플 아이폰의 판매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고, 부품 공급 업체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비관론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반도체 칩 업계를 둘러싼 월가의 잿빛 전망 역시 IT 섹터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도 움직임을 설명하는 배경이다.
CFRA의 린지 벨 전략가는 CBS뉴스와 인터뷰에서 “IT 섹터가 주식시장에 커다란 하락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리스크가 해당 종목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BK 애셋 매니지먼트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반도체 칩 섹터에 ‘퍼펙트 스톰’이 닥칠 것”이라며 “주식시장이 아직 바닥에 이르지 못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선진국의 동반 수요 둔화 및 무역 마찰에 따른 공급망 비용 상승을 칩 업계의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IT 섹터 매도는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헤지펀드 업계가 나스닥100 선물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을 5월 이후 최저치로 축소했고, 최근 한 주 사이 IT 관련 ETF에서 3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편 이번 BofA-메릴린치의 서베이에서 펀드 매니저들 3명 중 1명은 뉴욕증시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가장 높은 섹터가 헬스케어와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인 것으로 파악됐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