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유럽 전역에 걸쳐 채권시장의 한파가 거세다.
투자등급 회사채부터 정크본드까지 달러화와 유로화 표시 채권이 일제히 손실을 낸 것. 이는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2008년 이후 처음 발생한 일이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하이일드 본드와 투자등급 채권의 스프레드가 각각 7년 및 2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반적으로 채권시장이 랠리를 연출하는 연말이지만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의 평균 스프레드가 1.28%포인트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 2월 0.85%포인트에서 가파르게 뛴 수치다.
투기등급 스프레드 역시 4.12%포인트를 기록해 지난 10월 3.03%포인트에서 한 달 사이 큰 폭으로 치솟았다. 뿐만 아니라 이는 2016년 12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가 3.71%의 손실을 냈고, 파운드화와 유로화 표시 채권에서도 각각 2.9%와 1.2%의 손실이 발생했다.
관련 펀드는 커다란 손실을 기록했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DR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하이일드 상장지수펀드(ETF)는 올들어 5.9% 에 달하는 손실을 냈고, 아이셰어 아이복스 달러 하이일드 회사채 ETF 역시 4.8%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밖에 유럽 하이일드 본드의 디폴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신용부도스왑(CDS)가 330bp(1bp=0.01%포인트)를 상회, 2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헤지펀드 업체 투더 인베스트먼트의 폴 투저 존스 대표와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대표 등 투자자들은 일제히 회사채 시장의 리스크를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여건 속에 기업 부채가 한계 수위까지 늘어났고, 금리 상승에 따른 후폭풍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시걸 브라이언트 앤 해밀의 케네스 해리스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연초 이후 단기물과 우량 채권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리스크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미국 경제 펀더멘털과 기업 수익성이 여전히 탄탄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의 하강 기류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온 뱅케어 프리비의 모하메드 카즈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라며 “매물이 쏟아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시장 유동성이 마비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유가와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 체포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 채권시장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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