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북미 간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 송환 협상이 북한 비핵화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미국의소리(VOA)·AP통신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켈리 맥키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국장은 앞서 북미 간 미군 유해 공동 발굴 작업을 내년 봄에 재개할 수 있도록 10월이 지나기 전 면대면 협상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찰스 프리차드 DPAA 대변인은 지난 13일 공식 협상이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맥키그 국장이 향후 북한 군 관계자들을 만나 발굴 작업과 관련한 협상 날짜와 장소를 정할 수 있길 믿는다고 전했다. 지난 여름에 북한 측이 제시한 협상안은 불합리한 요구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미국이 거절했다.
프리차드 대변인은 “계획을 세워 내년 봄 공동 발굴 작업을 실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양측이 이와 관련해 서신을 주고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유해 송환 작업을 하고 있는 미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과 북한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약 10년간 한국전쟁 당시 북한 땅에서 숨진 미군 유해를 공동 발굴했다. 이 기간동안 발굴된 유해는 150여구다.
북한은 이와 별개로 지난 8월 수십년간 보관해온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에 전달했다. 올해 6월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합의 내용인 미군 유해 송환을 이행한 것이다.
이후 양국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이 재개돼 더 많은 참전병 유해가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란 기대감이 일었다. 국방부는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7700명 중 5300구가 북한에 묻혀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정체되면서 유해 송환 준비도 더뎌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내년 1월 또는 2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유해 송환 노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형성됐으나 이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찰스 H.맥다니엘 육군 상사의 아들인 찰스 H.맥다니엘 주니어는 더 많은 미군 유해가 본국으로 인도되길 바란다면서도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진 않았다.
그는 AP인터뷰에서 북한의 유해 송환은 그들의 이익과 직결돼 있다며, “자신들에게 득이 될 때” 핵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55구의 유해상자들과 같은 무언가를 풀어놓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이 최근 유해를 돌려받은 참전병 55명 중 한 명이다. 미 국방부는 유해 55구 중 2명의 신원을 확인해 이들이 맥다니얼 상사와 윌리엄 H.존스 육군 일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민간 구호단체의 북한 방문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에서 구호활동을 해온 미국친우봉사단(AFSC)의 다니엘 재스퍼는 미 정부의 제한 조치로 북한이 혼란스러워한다고 전했다. 그
는 미 국무부가 자국민의 북한 방문 금지를 면제해주는 경우가 줄어들었으며, 이로 인해 미 구호단체들의 북한 내 활동에 제약이 있고 인도주의적 구호 물자 흐름도 끊겼다고 설명했다.
재스퍼는 “이같은 정부 조치가 유해 송환을 비롯한 다른 분야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