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걸음이다”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운 영화 ‘말모이’가 1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았다.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2017)의 각본을 쓴 엄유나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영화 '말모이'를 연출한 엄유나 감독 [사진=뉴스핌DB] |
엄 감독은 이날 언론시사회 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우연한 계기로 말 모으기 작전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서 이름 없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서 우리말 모으기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감동했고 그 감동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출 주안점은 ‘말맛’에 뒀다고 했다. 엄 감독은 “우리 영화는 말과 글을 다루고 있다. 글만 있었다면 어려웠을 거다. 전 말에 더 집중해서 작업했다. 말맛이 사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우리말의 말맛이 얼마나 재밌는지 느껴졌으면 해서 사투리를 포함한 말의 억양, 그리고 말 자체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화 속 메시지를 놓고 “교훈적일까를 고민한 적은 없다. 우리말을 쓰자는 주장을 담지도 않았다. 그저 우리말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또 단순히 사전을 만든 사람들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말모이'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유해진(왼쪽)과 윤계상 [사진=뉴스핌DB] |
배우들의 열연도 ‘말모이’의 강점이다. 특히 ‘소수의견’(2015)에 이어 또 한 번 호흡하게 된 유해진과 윤계상은 각각 조선어학회 사환이 된 김판수 역,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을 맡아 영화를 힘있게 끌고 간다.
유해진은 “처음에는 사명감으로 임했다. 그러다 촬영을 하면서 우리말을 지키려고 저런 노력을 했다는 걸 알게 됐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김판수를 연기하면서는 막눈일 때와 조금씩 한글을 알아가고 싶어 하는 그 변화에 중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계상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재밌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너무 어려웠다. 류정환은 제 생각보다 꿈도 의지도 더 큰 인물이었다. 나라면 어떨까 생각했더니 한없이 모자랐다. 그런 갈등 속에서 한 신 한 신 버거워하면서 찍었다. 쉽진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런 영화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무한 신뢰와 애정도 잊지 않았다. 유해진은 “윤계상과는 이제 동지란 말이 와닿는다. 점점 그렇게 돼간다”고 했고, 윤계상은 “뻔한 말이지만 유해진 형은 너무 좋은, 하늘 같은 선배다. 또 배우로서 내가 나아가야 하는 그 지점에 있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말모이’는 오는 1월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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