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용품점, 가구용품점..난립하는 일산화탄소 판매처
일산화탄소 감지기 관할 부처, 규정 無→제품 성능·설치 기준 無
“담당 부처 정하고 검증, 관리 요건 등 법제화해야”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강릉 펜션 사고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산화탄소 감지기 판매가 급증하는 가운데 소비자가 검증되지 않은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산화탄소 감지기 관할 부처는 물론 성능, 설치 규정 등이 마련되지 않아 제품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 중독 예방이라는 일산화탄소 감지기의 기능을 활용해 안전을 지키려면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관리·감독하는 부처를 설정하고 성능 기준과 설치 여건 등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명의 사망자와 7명의 중상자가 발생한 강릉 경포 펜션 현장. [사진=이순철 기자] |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셔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자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일산화탄소 감지기 판매는 크게 늘었다. 소셜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사고 이틀 후인 20일 일산화탄소 경보기 매출은 지난주 대비 245배 증가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판매하는 상점은 특정한 업계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업체로 구성돼 있다. 2일 한 포털 검색 사이트 쇼핑 카테고리에서 ‘일산화탄소 감지기’ ‘일산화탄소 경보기’ 등을 검색하면 나타나는 1200여건의 일산화탄소 감지기 판매 건수를 살펴보면, 일산화탄소 감지기 판매처는 캠핑용품점, 호신용품점, 가구용품점, 유아용품점 등이다. 일산화탄소 누출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업체에서도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취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갖가지 통로를 경유해 판매되는 상황은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관장하는 부처와 일산화탄소 감지기의 성능과 설치 규정 등을 밝힌 법적 근거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관할 기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다보니 판매처가 난립해도 문제시되지 않고, 일산화탄소 감지기의 신뢰성을 담보할 증거도 없다.
소비자들이 강릉 펜션 사고 후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구매하더라도 이를 올바르게 사용해 미연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가 된 것이다.
현재 소방청이나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안전공사 등 어떤 부처에서도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관장하지 않는다. 또 일산화탄소 감지기의 기술 기준과 설치 요건 등은 법령에 명시돼 있지 않다.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야영시설에 연기감지기와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마련했으나 일산화탄소 감지기의 종류나 기능에 관한 조항은 없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중에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많이 나와 있지만, 공인된 시험 성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서 구매한다고 해도 성능이 확인된 제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며 “제대로 기능하는 감지기라 하더라도 감지기를 어디에, 얼마만큼 설치할지 등의 문제가 남는다. 예컨대 보일러실에 감지기를 설치하고 방에서 잠을 자는 경우 경보음이 울려도 못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산화탄소 감지기 담당 부처를 정하고 성능과 설치 조건 등을 법제화하는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안전과 직결된 제품인 만큼 명확한 주체를 두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주 교수는 “소방용품의 경우 소방청이 소방법에 따라 소방용품의 검증, 점검 등과 관련한 권한, 인력 등을 확인하고 운용한다”며 “일산화탄소 감지기도 어느 부처와 법에서 관장할지 ‘주소’를 제대로 찾은 다음 제품에 대한 시험 성적이나 성능 기준, 설치 요건 등을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hw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