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중심 매도 물량에 연일 최저치 경신
국민연금, 9개분기만에 보유지분 8%대 밑으로
“업황 부진 지속” 전망 속 3조5천억 대차잔고도 부담
[서울=뉴스핌] 김민수·최주은 기자 = 국내 부동의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업황 부진 여파로 실적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기관 중심 매물이 꾸준히 나오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삼성전자] |
여기에 최근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줄이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불확실성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재조정까지 겹치며 1분기 내내 주가가 조정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일 3만745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5월 액면분할 이후 최저치를 이어갔다.
추세상 삼성전자의 주가 조정은 지난 2017년 11월 이후 1년 넘게 이어졌다. 사상 최대 실적을 잇따라 경신하며 2017년 11월8일 283만8000원까지 치솟았던 삼성전자는 작년 4월 250만원 수준까지 빠지며 6개월 만에 10% 이상 하락했다. 액면분할과 함께 5월4일 5만3000원으로 거래를 재개한 이후에도 하강곡선을 그리며 3만38000원대까지 밀린 상태다.
해당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4242억원, 2조173억원을 순매도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호황 종료와 함께 본격적인 실적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주가 10만원 돌파를 눈앞에 뒀던 SK하이닉스도 최근 6만원선이 무너지는 등 비슷한 흐름이다.
삼성전자 투자자별 순매수 추이 [자료=와이즈에프엔, IBK투자증권] |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업체들의 D램 구매 중단과 더불어 중국 및 신흥국의 IT 제품 수요도 기존 예상보다 부진하다”며 “작년 4분기를 시작으로 2019년 연간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지분 축소에 나선 것도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12월27일 기준 보유 지분이 8.97%(6억933만2298주)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보유지분이 8%대로 떨어진 것은 2016년 3분기 이후 9분기만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꾸준히 줄이면서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지난해 18.7%에서 18%로, 해외주식 투자비중은 17.7%에서 20%로 높일 계획이다.
일단 국민인금 측은 “특정 종목을 놓고 매수·매도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국민연금을 벤치마킹하는 자산운용사나 위탁운용기관의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12월 이후 연기금 등의 순매도액은 3239억원으로 같은 기간 1769억원을 매각한 기관을 압도한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업황 우려가 심화되는 반도체업종에 대한 비중 축소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정”이라며 “하반기 증시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나빠진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수익률 제고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관 중 연기금 순매수수량(일간) [자료=QuantiWise, 하나금융투자] |
향후 주가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대차잔고금액이 여전히 많이 쌓인 것 또한 불안요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주식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4일 기준 삼성전자의 주식대차 잔고금액은 3조8513억원으로 셀트리온(4조3990억원)에 이어 2위다. 대차거래 규모 역시 지난해 내·외국인 통틀어 31조원을 상회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있다”며 “일시적 재고조정의 경우 하반기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으나 향후 1~2년간 자본지출(CAPEX) 플랜의 변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경고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수익 둔화로 인한 이익조정이 생각보다 빠르다”며 “향후 재고조정이 일단락되는 이벤트를 확인한 뒤 업사이드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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