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스케이프 예술의 영역으로 관심받아 기뻐"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내에서는 생소한 사운드 스케이프 분야. 이번 송은미술대상에서 사운드 스케이프 작가 김준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제18회 송은미술대상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가 김준은 14일 뉴스핌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국내에서도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이 알려지게 돼 기쁘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 작가는 “얼떨떨하다. 사운드 스케이프는 예술 영역에서도 생소해한다. 그런데도 심사위원들이 관심 있게 봐주셨다는 것에 기쁘고 감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송은아트스페이스는 제18회 송은미술대상에 김준(사운드), 우수상에 박경률(회화·설치), 이의성(설치), 전명은(사진)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제18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 김준 [사진=송은아트스페이스] |
그는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해 “사운드 퍼포먼스, 사운드 조소 등 사운드 아트 분야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운드 스케이프는 소리를 녹음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사실 이는 예술적 영역이라기보다 환경 리서치다. 예술가와 과학자가 함께하는 작업인데, 저는 그 과정을 작가의 영역으로 넘어와 미술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하게 다큐멘터리적이라기보다 저만의 감성으로 담아내는 거다. 작업할 때 공간에 대한 스토리도 더 찾아보고 이미지도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 본다. 또,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여다 본다”고 강조했다.
이번 미술전에서 김 작가는 지난 6년간 국내외 레지던시에 머무르며 관찰하고 채집한 결과물을 축적한 사운드 아카이브 작품 ‘에코시스템:도시의 신호, 자연의 신호’를 선보였다. 대형 큐브 형태의 설치작업인 이 작품은 작가가 서울, 런던, 시드니, 베를린 등 도시공간과 뉴질랜드 남섬, 호주 블루마운틴, 한국 지리산, 제주도 등 자연환경의 소리들이 각각 지니는 생태환경의 상반된 소리를 담은 것으로 관람객이 직접 큐브의 내외부를 걸어다니며 감상할 수 있다. 12채널 사운드와 더불어 큐브 안팎과 서랍 공간에는 작가가 해당 장소들에서 채집한 자연석, 식물, 이미지 등 오브제도 설치되어 있어 관람객은 시각과 촉각적인 재미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이 외에 청계천 근방의 세운광장에서 진행한 야외 프로젝트 ‘상태적 진공’과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낸 전라도 지역을 순회하며 채집한 사운드, 이미지 작업인 ‘필드노트-뒷산의 기억’도 전시돼 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송은문화재단으로부터 개인전 개최 기회가 주어진다. 김 작가는 개인전 개최 계획을 밝혔다. 김 작가는 “해보고 싶은 게 여러가지다. 참고 있었던 것도 있고, 생소하기도 하고 기계적인 것도 있다. 잘 모르겠지만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 김준의 '에코 시스템' [사진=송은아트스페이스] |
2016년 세운상가를 배경으로 사운드 아카이빙한 작업도 이어갈 생각이다. 2016년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자 이 지역에서 터전을 잡고 작업하는 소상공인과 작가들은 재개발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 작가도 이러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입장이다.
그는 “을지로와 세운상가 일대는 작가들에게 중요한 공간이다. 그리고 산업 기반의 역사적인 장소이다. 그런데 이곳을 다 부수고 아파트를 세운다고 하니 작가들도 들고 일어난 거”라며 “그래서 2016년 사라져가는 공간을 사진으로 찍고 사운드로 남겼다. 역사적으로 사라진 이곳을 기록으로 남겨 나중에 공개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2015년 ‘디엠지프로젝트’에 참여해 강원도 철원 동송읍에서 ‘혼재된 신호들’을 선보인 김작가는 남북 화해모드 속에서 새로운 ‘디엠지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다. 4년 전 작품에는 포성, 군사시설, 북한군사, 대남 방송이 담겼다. 김 작가는 “현재는 남북한이 손잡고 화해하는 분위기다. 3년 전과는 다른 소리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연이 소리만 있을 수도 있고”라고 기대했다.
김준 작가의 작품을 비롯한 제18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제18회 송은미술대상전’은 오는 2월28일까지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된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