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중도인출해 투자 상품에 재투자
중수익 중위험, 위험을 줄이고 수익은 높여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10년 된 변액보험을 까보니 납입한 원금도 안 된다. 가만두자니 억울하고 해지하자니 손해다. 펀드를 변경해도 수익이 크게 증가할 것 같지 않다. 유행이 지난 자투리 펀드만으로 구성된 변액보험도 있다. 자투리 펀드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진퇴양난이다. 변액보험에 쌓여 있는 자산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는 없을까?
◆ 10년 연평균 수익률 0.3% 불과...관리 못한 탓
변액보험은 납입한 보험료의 대부분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수익이 불어나면 더 많은 보험금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대부분의 변액보험은 상품에 적립금이 쌓인다. 보험에 적금처럼 돈이 쌓여 있다는 거다. 문제는 변액보험의 수익률이 극히 저조하다는 것.
가입한 지 10년가량 지난 변액유니버설보험(2009년 이전 가입)의 연평균 수익률은 0.3% 수준에 불과했다. 이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2.3%이고, 은행의 적금 이자율도 2% 내외다. 장기투자했지만 투자한 돈의 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이토록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이유는 변액보험펀드의 수익률 관리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 특히 오래전에 가입한 변액보험은 유행이 지난 펀드들로 구성돼 있을 수 있다. 이런 펀드는 자산 규모가 50억 원 미만의 자투리 펀드일 수도 있다.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 입장에서 규모가 작은 펀드는 관리가 쉽지 않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듯 투자도 변해야
변액보험 중 변액연금보험과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저축성으로 구분된다. 투자원금의 대부분이 적립금으로 쌓인다. 이 적립금을 중도인출할 수도 있다(통상 80~90%). 즉 해지하지 않고 쌓여 있는 적립금의 일부 혹은 대부분을 빼서 활용할 수 있다. 가령 10년 전 가입한 변액보험 적립금이 1억 원 쌓여 있으면 9000만 원까지 중도인출로 뽑아 쓸 수 있다.
중도인출 후 증권사나 은행 상품에 재투자해도 된다. 수익을 낸 후 다시 추가 납입으로 채워넣으면 된다. 안정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주가연동예금(ELD)에 투자할 수 있다. ELD는 원금이 보장된다. 기대수익률은 연 4% 내외다. 증권사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눈을 돌리면 기대수익을 더 높일 수 있다. 주가연계채권(ETN), 주가연동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은 연 4~6%를 기대할 수 있다. 요컨대 수익이 나지 않는 변액보험에 쌓여 있는 돈을 꺼내서 기대수익이 높은 상품에 재투자하는 거다.
10년 전 가입했던 변액보험은 기능이 단순한 피처폰과 같다. 2008년까지만 해도 휴대폰의 기능은 전화, 문자와 간단한 시진 전송 등의 기능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폰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기능 대부분을 할 수 있다. 변액보험을 중도인출해 중수익-중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이유는 주식이나 채권을 묶은 단순한 펀드에만 투자 가능한 과거 변액보험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최근 인기가 많은 중수익-중위험 상품은 단순한 펀드가 아닌 구조화증권 등이다. 이런 상품에 투자하면 과거 변액보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즉 피처폰에 멈춰 있는 변액보험의 자산을 스마트폰처럼 활용하는 거다. 중수익-중위험 상품 투자로 수익이 나면 다시 변액보험에 추가 납입으로 돈을 넣는다. 변액보험을 해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주는 보험만의 장점까지 누릴 수 있는 것.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변액보험에 쌓여 있는 적립금을 중도인출한 후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변액보험에 가만히 놔두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손실을 볼 위험도 커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재투자하는 상품의 원금 보장 여부 등 리스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금융 업계 한 관계자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재투자를 하는 것이 변액보험을 그대로 놔두는 것보다 현명하다”며 “변액보험 투자수익률이 워낙 낮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유지해도 부자가 되기는커녕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이어 “특히 과거에 가입한 변액보험의 경우 펀드 변경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쌓여 있는 자산을 활용하면서 보험만의 장점인 비과세까지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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