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오는 2월 말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종합적으로 내놓은 발언에서 미국 언론은 북한의 핵신고 시기에 대해 종전과 달라진 신호를 보낸 데 주목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협상 태도가 유연해졌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비건 특별대표는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가 주최한 북한 관련 강연 및 일문일답에서 “비핵화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현황을 완전하고 통합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의 첫 단계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신고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은 비핵화를 최종 완료하기 전까지만 국제기구에 WMD 현황을 신고하면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해석했다.
즉, 북한의 핵무기 목록 신고 시기에 대해 당초 제시했던 것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겠다는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WSJ는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제재를 철회하지 않겠지만, 북한이 우리의 모든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에도 주목했다.
NYT는 미국 측이 핵신고를 비핵화의 필수 첫 단계로 요구했던 데서 한 발 물러서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외교 대화를 가로막았던 장애물 하나가 제거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WSJ는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은 북한이 미국 측의 양보를 얻기 전에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종전의 태도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 발 물러섰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핌 DB] |
과거 대북협상에 참여했던 전 국무부 관료 조엘 위트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양측 모두에 이득이 되는 단계적 과정이라는 실용적 접근법을 보여줘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면 북한의 무기 생산이 줄고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미국 워싱턴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인 브루스 클링너는 북한에 포괄적 핵신고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한 요구지만 북한이 요구를 거절할 위험성이 있다며, “2008년 6자회담에서는 이보다 강도가 낮은 핵신고 요구에도 북한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바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핵신고를 비핵화에 있어서 나중 절차로 놔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강 장관은 “처음부터 핵무기 목록을 요구하면 이후 검증을 놓고 또 한번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신고 시기가 미뤄진다면 미국이 북한에게 비핵화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초기 단계로 어떤 조치를 요구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일의 순서를 정하는 일은 협상에 있어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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