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한국이 10억달러 정도 분담하는 쪽으로 잠정 합의”
트럼프, 2차 북미회담 '당근'으로 주한미군 언급할 수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10억달러(약 1조1190억원)에 가까운 수준에서 잠정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 변수는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4일(현지시각) CNN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CNN은 두 명의 미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새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라 한국이 분담금을 10억달러 가까이 지불하는 쪽으로 잠정 합의가 됐으며, 이는 지난 5년 동안 한국이 부담했던 8억달러에서 늘어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16억달러를 부담할 것을 줄곧 요구해 왔으며,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있을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제시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SMA 계약 기간이 1년에 불과하며, 1년 연장 여지가 있긴 하지만 이전 계약 기간인 5년에 비해서는 아주 짧은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양측은 올해 말 분담금 협상을 다시 벌여야 하고, 이때 트럼프 행정부가 더 높은 수준의 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합의안에 서명했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며,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대통령 서명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돌발 변수’에 美 관계자들마저 노심초사
무엇보다 SMA 잠정 합의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SMA 잠정 합의 소식과 전날 CBS 방송에서 주한미군 철수 방안을 논의한 바 없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했을 때 당장 2차 북미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옵션이 거론될 확률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매체는 2차 북미회담에서 과시할 만한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트럼프의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과 관련해 돌연 입장을 변경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한국이 2차 북미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방안이 제시되는) 위험을 줄이고자 분담금을 늘리기로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지난 싱가포르 회담에서 나온 성명은 완전히 즉흥적 내용으로 미 행정부 관계자들조차 몰랐던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번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내세웠지만 2차 회담이 다가오면서 그가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인센티브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매체는 또 작년 봄 시작된 분담금 논의 과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행정부 관계자들은 10억달러 아래에서 합의를 끝낸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의 내용을 잘 설득하려 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의도치 않게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미국 소식통은 작년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담금이 충분치 않다고 불만을 제기하자 문 대통령이 새 분담금 합의가 임박했을 것이라고 귀띔했고, 이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과 협상팀에 분담금 요구액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후 교착 국면에 빠진 논의는 지난 주말 미국이 10억달러 수준의 한국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타개됐는데,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게 된 것인지 불분명하며 그간 그가 돌발 행동을 일삼았던 만큼 이번 합의도 뒤집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