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 전년대비 본부 인력 50% 이상, 영업수지 60% 이상 증가
유럽 인프라 대출 주목...美·호주 시장은 선별적 투자
2021년 자기자본 3조원대 대형 IB 대열 합류
[편집자주] 급변하는 증권업계 여건 속에 최근 증권사 수장들이 IB(투자은행) 전문가로 꾸려지고 있다. 그만큼 IB가 증권사의 핵심 비즈니스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전통IB는 물론 부동산 등 대체투자부문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인 것도 맞다. IB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투자 역시 국내에 머물지 않고 국경을 넘어 해외 부동산 등 글로벌리 뻗어나가고 있다.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는 경제 여건 속에서 IB부문 성과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증권사 IB 리더들을 만나 올해 전략과 각오를 들어봤다.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최고 수준의 IB하우스를 만들겠다."
키움증권이 IB(투자은행)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IB부문을 강화하며 이미 대체투자 시장내 다크호스로 부상중이다. 작년 국내 오피스 빌딩 투자에서 밸류애드(저가매입 후 고가매도) 전략으로 업계 평균(2.5%) 2배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영국 키움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 인터뷰. 2019.01.28 mironj19@newspim.com |
김영국 키움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은 26년간 ECM(주식발행시장)과 DCM(채권발행시장)을 두루 거친 '정통 IB맨'이다. 지난 2009년 키움증권이 IB사업본부를 꾸릴 때 합류한 김 본부장은 지난해 8월 키움증권이 IB 조직을 기능별로 세분화하면서 구조화금융본부를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구조화금융본부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국내외 실물 부동산 인수, 인프라 금융, 자산유동화 등을 담당한다.
키움증권 IB를 '조용한 강자'로 일궈낸 그의 올해 사업목표는 분명하다. IB업계 최고 수준의 '인당 생산성 유지'와 조직 확장을 통한 '수익 극대화'다. 한마디로 키움증권의 '고수익 DNA(유전자)'를 IB 본부에도 확실히 안착시키겠다는 얘기다. 키움증권은 증권업계 자기자본이익률(ROE) 1위(작년 3분기 기준 14.92%)의 가성비 높은 회사 중 하나다.
올해 구조화금융본부의 실적 목표치는 작년대비 영업이익 60% 이상을 늘리는 것. 국내외 실물 부동산 인수와 인프라 대출 인수 1조원, 부동산 PF 등 금융주선·주관 2조5000억원, 유동화증권 인수 2조원이라는 구체적 목표도 세워뒀다.
구조화금융본부 몸집 불리기도 한창이다. 올해 1월 본부 내 대체투자팀을 새로 꾸렸다. 현재 구조화금융본부는 대체투자팀을 포함해 구조화금융팀, 투자금융팀, 부동산금융팀, 프로젝트금융팀 등 총 5개 팀을 두고 있다. 올 6월엔 인프라금융팀을 분리·신설할 계획이다. 대체투자 시장에서 대형 IB와 어깨를 나란히 할 체급을 갖추기 위해서다. 대체투자는 부동산, 인프라, 원자재 등 주식 외 다양한 자산에 집행하는 투자다.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구조화금융본부 인력은 총 32명. 2017년보다 50% 늘었다. 올해는 실물 부동산, 인프라 금융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본부 인력 50명 규모를 가져가겠다는 복안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IB 먹거리를 해외 인프라 금융에서 찾는다. 김 본부장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에 맞춰 딜(거래)을 발굴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해외 인프라 대출 인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 2~3월 셀다운(인수 후 재판매)을 목표로 한 인프라 대출 딜도 진행중이다.
유럽의 대체투자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현재 유럽 2개 지역에 부동산 투자를 검토중이다. 김 본부장이 유럽에 주목하는 이유는 환 헤지(위험 회피) 측면에서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과 호주 시장은 환 마진(차액)을 따져 선별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유럽은 한국보다 금리가 낮고, 미국은 한국보다 금리가 높다"며 "현재 미국 투자에선 환 헤지 때 역마진이 발생하지만, 유럽 투자는 환 마진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이날 환율 기준으로 유로화는 150bp(1bp=0.01%포인트) 수준의 환 마진, 미 달러화 150bp 이상 역마진이 발생한다. 영국 파운드화 마진은 10bp 이내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환 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투자에 따른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영국 키움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 인터뷰. 2019.01.28 mironj19@newspim.com |
다만 올해 국내외 대체투자 시장 여건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세계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경기침체 단계마다 자산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대응책은 발로 뛰는 '딜 발굴'이다. 해외 운용사로부터 직접 딜을 소싱(투자 발굴)해 투자 저변을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국내 운용사를 거치지 않고 증권사가 직접 딜 소싱에 나서면 중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선 외형 확대를 노린다. 올해 국내 민간 건설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국내 실물 부동산 인수, 신규 인프라 대출 등의 투자 규모를 늘려 작년 수준의 이익을 내면서도, 철저한 리스크(위험) 관리를 병행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국내 PF는 자체적으로 신용등급을 매기고, 등급별로 목표수익률을 명확하게 정해뒀다"며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에 속하는 PF 선순위 대출에 집중하고, 후순위는 제한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 확충에 대한 '액션플랜(실행계획)'도 나왔다. 올해와 내년 수익을 바탕으로 2021년경께 자기자본 3조원대의 대형 IB 대열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자기자본 3조원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요건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기업신용공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대출, 증권 대여, 자문, 리서치 등 관련 종합 서비스) 등에 진출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자기자본이 크면 클수록 북(book·자금운용한도)을 활용한 IB 수익이 는다"며 "인당 생산성이 높은 키움증권이 자기자본을 늘리면 IB 수익 비중도 커진다"고 자신했다. 작년 9월 기준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934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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