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과도한 보수 요구 회계법인 제재”
감사인 지정 제도 보완 작업에도 착수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한 감사 체계 정비에 속도를 내던 금융당국이 최근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표준 감사시간제도 도입과 관련해 과도한 감사보수를 요구하는 회계법인을 엄격하게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가 표준 감사시간제도를 확정한 것에 대한 금융당국의 첫 입장 표명이었다.
표준 감사시간제도는 회계감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일정 시간 이상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신(新)외부감사법 개정 이후 회계감사 대상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확대하면서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도와 함께 표준 감사시간제도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제도 결정 권한이 한공회에 부여되면서 회계업계와 재계의 갈등이 시작됐다.
한공회 산하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는 회계정보이용자 및 기업, 감사인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달 관련 제정안을 공개했다. 이후 20일 동안의 의견조회를 거쳐 지난 14일 표준 감사시간제도를 확정·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단체들이 즉각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놓으면서 제도 시행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2019 사업연도가 시작된지 두 달이 흘렀지만 양측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표준감사시간 적용대상 그룹별 적용 예 [자료=한국공인회계사회] |
그러자 금융당국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감독기관으로서 감사인 선임 관련 기업부담을 완화시켜 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17일 금융위와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표준 감사시간제도가 늦게 결정된 것을 반영해 신외감법에서 규정한 법정기한(2월14일)과 관계 없이 감사인 선임기한을 탄력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또 회계법인이 개별기업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표준 감사시간만을 근거로 감사보수 인상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선 신속하고 엄정하게 제재하겠다고 덧붙였다.
주말에는 감사인 지정 회사와 회계법인 간 원활한 계약 체결을 위한 지원 강화 계획도 밝혔다. 지정감사 계약 체결 여부를 모니터링해 회사와 회계법인이 합리적인 보수수준으로 계약이 체결되도록 자율조정을 유도하는 한편 계약 체결기한도 감사 등 업무일정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늘려준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과도한 보수를 요구하는 회계법인을 신고하는 ‘지정감사제도 신고센터’도 함께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기류에 대해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이른바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작년 하반기 이후 국내 기업에 대한 회계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누적된 불만을 해소하려는 행보라는 설명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 처리 및 재무제표 관련 감리를 받는 기업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감사를 받는 일반 회사와 감사 주체인 회계법인 간 균형을 맞추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 전반의 회계·감리 강화 기조는 이와 관계 없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금융당국이 재계의 불만사항을 적절히 반영하면서 회계 선진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낮은 감사비용과 감사 시간이 회계 투명성 확보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신외감법으로 시작된 회계 개혁에 대한 동력이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