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에서 20년만에 처음으로 달러화 표시 회사채 디폴트가 발생,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지난해 이미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의 디폴트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역외시장에서 발행된 달러채 디폴트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이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한 사이 중국 기업들의 달러화 부채가 눈덩이로 불어난 상황.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디폴트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중국 현지 비즈니스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칭하이 프로빈셜 인베스트먼트 그룹(QPIG)이 역외 홍콩시장에서 발행한 달러화 표시 회사채의 이자 1090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역내 위안화 표시 채권의 원금과 이자 300만달러 역시 제 때 상환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투자자들에게 지급했지만 달러채에 대한 이자 지급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알루미늄 및 수력발전 업체인 QPIG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로부터 B플러스 신용 등급을 평가 받았다. 투자등급보다 네 단계 낮은 등급이다.
2020~2022년 사이 QPIG의 회사채 만기 물량은 총 10억달러. 투자자들은 디폴트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실물경기 한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때문에 QPIG와 같은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경고다.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회사채 물량은 198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별도로 HSBC에 따르면 홍콩 지방 정부의 부채 규모는 총 4조4900억달러에 달한다.
홍콩 소재 다이와 캐피탈 마켓의 케빈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FT와 인터뷰에서 “20년 전 달러채 디폴트가 발생했던 당시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라며 “부채 규모가 급증한 만큼 잠재 리스크 역시 크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함께 위안화 약세가 맞물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날 워싱턴 포스트(WP)는 중국 회사채 시장이 시한 폭탄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회사채 이외에 지방정부가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은 대차대자표에서 확인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리스크를 예측하는 일조차 어렵다는 지적이다.
잠재 위험을 외면한 채 고수익률에 눈이 먼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부채 규모가 위험 수위까지 늘어났고, 동반 침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신문은 경고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