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보험 판매 급감 + 보장성보험 판매 부진
저금리 기조 + 환헤지 비용증가 =운용수익↓
나신평 " 회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신용등급 강등"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생명보험사 실적이 급감했다. 주 수익원이던 저축성보험 판매가 역성장한 가운데, 운용수익률이 급감한 영향이다. 이에 신평사들은 생보사들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 '하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생명보험사들의 지난해 실적으로 순이익 4조369억원, 총자산순이익률(ROA) 0.48%를 시현했다고 발표했다. 겉으로만 보면 직전년도인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실적에는 삼성생명의 삼성주식 매각이익 1조978억원이 포함돼 있다. 일회성 이익인 삼성전자 주식 매각 수익을 제외한 실제 이익은 8648억원이 줄었다.
[사진=삼성생명] |
그간 보험사 성장을 견인했던 저축성보험 판매 급감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1실장은 "보험영업이익 감소는 지급보험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저축성보험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라면서 "저축성보험은 그간 업계 성장을 견인해왔지만, 판매가 줄면서 보험료 수입 감소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저축성보험의 증가율은 2016년 -3.9%, 2017년 -12.3%, 지난해 -13.5% 등으로 역성장이 계속됐다.
보장성보험 판매가 녹록치 않은 환경도 생명보험사 실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강욱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업계 전반적으로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며 내실 위주의 보험영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 단계, 인구 증가율 하락, 국내 경기회복 부진 및 높은 가계부채 부담 등의 영향으로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저금리 기조에 환헤지 비용증가로 운용수익 마저 떨어져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동선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운용자산 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여기에 금융당국 규제강화에 따른 부채 듀레이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해야 하는 부담이 높아졌다"고 분속했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시행 예정인 새 보험계약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부채 듀레이션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올해는 25년, 내년말 30년 등으로 3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제도 시행으로 기존 보험계약의 최대 20년으로 평가하던 것을 최대 30년으로 확대된다.
문제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계약 기간은 2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났는데, 이 보험의 운용 채권은 만기가 20년이면, 10년이상의 자산과 부채간 듀레이션 불일치가 나타난다.
다시말해 '부채=보험계약'과 '자산=채권'간의 만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단기채권을 팔고 장기채권으로 교체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거래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장기채권으로 교체하지 않는다면 보험사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해 금감원의 시정조치를 받게된다. 100% 미만이면 경영개선권고, 50%미만이면 경영개선요구, 0%미만이면 경영개선 명령 조치가 취해진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장기채권 공급부족으로 해외채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환헤지 손실이 발생했다.
이동선 연구원은 "운용자산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과정에서 안전자산(국공채 + 특수채 + 보험약관대출) 비중이 낮아지는 가운데 환위험 등의 위험관리 부담도 동반해 증가했다"면서 "일부 회사의 경우 최근 외화유가증권 관련 환헤지비용이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투자영업이익 규모가 급감해 연간 적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달러/원 1년물 스왑레이트는 -153bp로 지난해 1월 기록했던 -73bp 대비 두 배이상 올랐다.
생명보험사 신용하락 위험도 높아졌다는 경고가 나왔다.
채명석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성장성이 둔화된 가운데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생명보험업계가 직면한 공통적인 환경"이라면서 "이러한 가운데 보험 포트폴리오의 적정성이 미흡하거나 자산운용 위험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는 등 영업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회사들의 경우 실적 저하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의미있는 수준의 회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회사들에 대해서는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