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지난 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서명없이 막을 내린 가운데 북한이 영구적 폐기를 약속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의 서해 위성 발사장(이하 '서해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협상에 실패한 북한이 ‘다른 옵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의 서해 미사일 발사장 위성 사진. [사진=38노스] |
북한 분석전문매체 38노스는 5일(현지시간) 북한이 서해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설하려는 움직임을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2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발사대 등 해체 작업에 들어갔던 일부 구조물 복구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미국과 협상을 시작했을 무렵 엔진 시험대와 레일을 이용해 로켓을 발사대 위로 올리는 구조물을 해체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완전히 해체하지 않았고, 지난해 8월 이래 작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포착된 위성사진에는 이동 구조물이 재조립되고 있고 엔진 시험대 주변에는 두 대의 크레인과 건설 자재가 흩어져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밖에도 새로운 지붕이 연료 및 산화제 벙커에 설치됐으며 트레일러로 추정되는 것들이 주변에서 관찰됐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철거 시설 가운데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 지붕과 문짝을 달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일일 단위 위성서비스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동창리 일대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 2월 21일 미사일 조립건물 바로 앞에 쌓여 있던 건물 자재들이 지난달 22일 이후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미국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당 시설을 파괴하겠다고 제안했었다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아 김 위원장이 제안한 바를 이행할 지 여부는 불투명해졌다고 꼬집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실험장 해체를 조건으로 유엔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일부 핵실험장 폐쇄는 제재완화와 맞바꾸기에는 부족하다며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를 고집한다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건 보도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후 평양에 도착하고 불과 몇시간 뒤에 나왔다. 이 둘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의 “새로운 길”은 로켓 시험발사 재개일 수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결렬될 가능성을 염두해 둔 북한이 2월 중순부터 대책을 마련해왔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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