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실망” 답변하며 장기 협상 각오
美 CSIS· 38 노스 “北 하노이 이후 발사대 복원” 확인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북한의 평안북도 철산군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복구 움직임과 관련, “실망스럽다”라고 밝혔다. 반면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를 이미 복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회담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와 관련해 ‘김정은에게 실망했느냐’고 묻자 “실망스럽다(It's disappointing)”고 답했다.
북한 관련 언급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이어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지켜보자. 약 1년 내에 알게 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그것은 아직 매우 이른 보도”라면서 “사실이면 나는 김 위원장에 매우 매우 실망할 것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과 달리 ‘매우 이른 보도’ 나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뺀 채 “실망스럽다”라고만 언급,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1년 내 알게 하겠다”라고 언급, 북한과의 장기 협상을 각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오전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다시 대화하는 데 열려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동창리 발사대 재건 보도가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의 민간 씽크 탱크들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이전 상태로 복원했다고 주장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서해(동창리) 발사장 근황 : 하노이 이후 북한의 복원’이란 보고서에서 “지난 6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은 북한이 서해 발사장에서 발사대와 수직 엔진 시험대의 주요 부속물을 재건, 정상 운영 상태로 되돌렸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수직 엔진 시험대와 궤도 이동 구조물, 연료·산화제 벙커 지붕들의 재조립 등을 지적하면서 “이런 움직임들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취했던 서해 발사 시설의 완만한 해체로부터 복원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3월 18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실시했다. [사진=노동신문] |
보고서는 이어 “서해(발사장)의 복구 움직임은 북한이 얼마나 빨리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한 어떤 조처도 조금의 주저함 없이 손쉽고 신속하게 되돌릴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면서 “이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목표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CSIS는 또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언급과 한미 연합 방어훈련인 독수리·키리졸브 훈련 등의 종료에 이어 취해진 북한의 이런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에 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경제 제재 해제를 거부한 데 대한 북한의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도 이날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시작된 서해 동창리 위성 발사장에서 발사대 및 미사일 시험대의 재건이 빠른 속도로 지속됐으며 서해 발사장이 정상적인 상태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밝혔다.
이 매체는 해당 발사대에서 레일이 부착된 이동 구조물이 전날까지 완성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구조물이 가동 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레인이 발사대에서 제거된 상태로 천장에 설치돼 있던 지지대 역시 현재 덮여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38노스는 지난 5일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일 사이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발사대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