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정원 42명·자회사 286명 등 감축 계획
올해 부채비율 1200%대·내년 500대 목표
"간부급에 책임 전가" 노조 반발 우려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한국석유공사가 2000%대로 높아진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자구안을 내놨다. 자구안에는 자산 매각과 함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안이 포함,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12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1조1595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호조 등으로 543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과거 정부에서 올인했다 실패한 자원개발사업이 실적에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6월 말 938%이던 부채비율도 12월 말에는 2287%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지난 7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석유공사] |
이에 석유공사는 대대적인 자구안을 내놨다. 양수영 석유공사 사장이 전날 공개한 비상경영계획에는 △자산매각과 민간투자 유치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국내외 인력 구조조정 △비용절감 등이 들어가 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올해 1200%대로, 내년에는 500%대로 낮추겠다고 목표이다.
특히 석유공사는 올해 민간 투자유치를 통해 2조4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내걸었다. 이를 위해 비핵심자산은 매각하고 우량자산에 대해서는 민간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조원 이상의 민간투자를 유치하더라도 과거 석유공사 대형화 과정에 차입한 금액이 11조원에 달해 재무구조 개선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만 매년 4000억원 발생하고 있어 조속한 시일 내 흑자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재정지원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7월 정부는 자원공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해외자원개발 혁신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선 구조조정 후 정부지원' 원칙을 내세운 바 있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까지 낼 수 있어야 정부의 재정지원 검토 대상이 된다.
석유공사는 강도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도 추진한다.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 운영에 들어가는 고정비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실제 석유공사가 이번에 발표한 비상경영계획에는 379명 규모의 인력감축 방안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공사는 올해 본사정원 42명(작년 말 현재 1468명)과 해외 자회사 직원 286명(2137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이는 종전 계획 대비 각각 28명, 183명 늘어난 수치다. 추가적으로 3급 이상의 상위직도 24명(257명) 감축하고, 해외 파견인력도 27명(117명) 축소하기로 했다.
이밖에 학술휴직요건 등 자기계발과 관련된 휴직 규정을 완화해 무급휴직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인력 충원도 국제변호사, 석유개발 전문인력과 장애인, 지역청년인재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자원외교의 실패의 책임을 간부급 직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에는 석유공사의 3급 이상 직원들이 별도의 노조를 결성하는 등 노동자들도 인력 구조조정에 대응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상위직급 회생을 위해서는 어느정도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