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강경파·중국에 강인함 보여줄 유인도 있어”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실패 후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하기 위해 미국의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최 부상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미국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하거나 이러한 협상에 응할 의사가 없다”면서 비핵화 협상을 지속할지 여부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우리는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북한이 하노이에서 내놓은 제안은 미국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도 언급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자신과 폼페이오 장관이 적대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최 부상의 주장에 대해 “부정확하다”면서 이날 오전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북한에서 나오는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그것이 부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한국 카운터파트와 그들과 우리의 대응에 대해 논의했지만 대응하기 전에 미국 정부 내에서 추가로 대화한 후에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협상 중단이라는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위협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 이후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옵션을 두고 미국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결정하기 전 미귝의 반응을 살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조슈아 폴락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최 부상의 발언이 워싱턴과 협상 중 긴장감이 커졌을 때 북한이 해온 일반적인 수사라면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이야기 하며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전문 싱크탱크 38노스의 조엘 윗 연구원은 하노이 회담의 붕괴 이후 북한이 협상에서의 위치를 강하하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로켓 발사를 결정하기 전에 미국의 반응을 살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민타로 오바 전 미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관은 미국 매체 복스(Vox)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이같이 도발적인 발언을 하기를 원한 2가지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오바 전 담당관은 우선 북한이 하노이 회담 실패의 책임을 미국 측에 돌리기를 원했을 것이고 이로써 김 위원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자신의 동맹들에게 더 나아 보이는 한편 미국이 강경한 요구를 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협상 의지가 있었음을 보여주길 원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바 전 담당관은 이어 “부정적이지만 신중한 방법으로 위협을 가함으로써 북한은 이런 종류의 메시지에 대한 반응을 시험하면서도 미국 정부에 압박을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번째 이유로 김 위원장이 북한 내 강경파에게 강인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바 전 담당관은 “미국과 외교적 대화를 하는 것에 회의적인 북한 관료들이 있고 김 위원장이 북한에서 강한 권력을 갖지만, 그는 여전히 내부적인 정치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바 전 담당관은 “하노이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평양의 강경파들이 힘을 얻었을 수 있고 김 위원장은 힘을 보여줘야만 하는 입장에 놓여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