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른바 G2(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에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월가 투자자들이 최근 신경을 곤두세우는 쟁점은 따로 있다.
큰손들을 긴장시키는 새로운 리스크 요인은 중국의 경상수지. 지난 25년간 탄탄한 흑자 기조를 유지한 중국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 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 금융 자산에 유동성 공급이 꺾이면서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다.
중국 위안화 지폐 [사진=블룸버그] |
1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007년까지 10년간 GDP 대비 10%를 기록한 중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해마다 감소, 지난해 0.4%로 곤두박질 쳤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상수지가 가까운 시일 안에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 경우 미국 국채와 회사채를 포함해 중국의 해외 금융 자산 매입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파장이 주요국 금융시장을 강타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정작 중요한 사안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월가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중국 경제가 저소득 경제에서 중간 소득 경제로 전환하는 구조적 변화와 맞물린 문제다.
인프라를 포함한 대규모 투자에 기대 고성장을 이뤘던 중국 경제는 소비 중심의 성장 모델로 탈바꿈하고 있고, 이에 따라 에너지와 농산물, 항공기 등 각종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중국의 서비스 수지 적자 규모가 2300억달러를 기록, 2016년 연간 적자 규모와 맞먹은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 전환 시점을 늦추기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 수입을 축소해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 이는 생각하기 어려운 해법이다.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경상수지를 압박하는 요인에 해당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 전환이 전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추세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수 십 년간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수입 업체들의 달러화 자금을 방출시키는 엔진으로 역할 했지만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중국이 미 국채를 1조1300억달러 규모로 확보, 일본과 1~2위를 다투는 채권국 입지를 다진 것도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국 국채의 3분의 1은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투자자 의존도와 올해와 내년 중 만기 도래하는 미국 회사채 물량이 7000억달러에 이르는 사실을 감안할 때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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