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사업자 한투에 NH·KB·신한금투 도전장
초대형IB 사업 다각화 일환 OCIO 육성 의지
민간 위탁운용시장 확대 대비 물밑경쟁 치열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10조원 규모의 고용보험기금 전담운용사 선정을 앞두고 도전장을 낸 금융투자사(금투사)들의 경쟁이 막바지에 돌입했다. 기존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이 수성에 나선 가운데 또 다른 금융지주 계열사인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가 기회를 노리는 형국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28일 당국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27일과 28일 이틀간 고용·산재보험기금 전담 운용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실시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끼리 맞붙은 산재보험기금 주간운용사에는 삼성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업계에선 이번 고용노동기금 유치전을 향후 새로운 먹거리로 평가 받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사업의 전초전격으로 보고 있다. 공적 연기금들의 자금 규모가 크게 늘면서 OCIO를 통해 위탁운용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에 금투사들도 관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OCIO 사업을 자산운용사들이 선점했으나, 최근에는 금투사들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초대형IB 도입을 기점으로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고용노동기금 유치에 나선 한투와 NH, KB 모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연내 초대형IB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A 금투사 관계자는 “기금운용 규모가 십수조원에 달하는 데 비해 직접 떨어지는 수수료는 크지 않다”며 “다만 향후 민간 위탁운용시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트랙 레코드 차원에서 공적기금 유치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 금투사 관계자 역시 “주식 뿐 아니라 펀드, 채권, IB, 발행어음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자산운용사보다 금투사의 운용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이번 유치전의 결과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현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6월 19조원 규모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기관 자격을 상실한 만큼 이번에는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고용노동기금까지 잃을 경우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OCIO 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성과는 좋지 못하다. 2017년까지 수익률이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지난해 글로벌 증시 조정 여파에 손실을 기록했다. 고용보험기금의 2018년 당기수익률은 -2.22%, 국내주식 및 해외주식 수익률은 각각 -16.82%, -6.25%에 그쳤다.
고용보험기금 연도별 기금운용 수익률 비교 [자료=고용노동부] |
반면 NH투자증권은 주택도시기금에 이어 또 한 번 정부기금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NH투자증권이 빼앗은 주택도시기금의 기존 사업자 역시 한국투자증권이었다.
NH투자증권은 안정적인 기금 운용 역량을 어필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작년 8월부터 전담운용을 맡은 주택도시기금 수익률은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최근 플러스 수익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고용보험기금 유치를 통해 OCIO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KB증권의 경우 김성현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연초 OCIO 사업추진부를 확대하고 인력 보강에 나섰다. 신한금융투자 또한 김병철 신임 대표이사 사장 취임과 함께 OCIO 부서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오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금투사는 운용 능력 등에 대한 실사와 협상을 거쳐 위탁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오는 7월부터 정식 운용을 시작하며, 2023년 6월30일까지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로 활동한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