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적 현지화 대응, 아마존 구글도 정착 못해
[서울=뉴스핌] 이미래 기자 =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아마존 구글 등 미국 글로벌 IT기업들이 현지화 어려움 및 경쟁력 약화로 하나 둘 백기를 들고 있다. 글로벌 정상급 기업들이지만 중국에서만은 토종 브랜드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 국내용 온라인 쇼핑 사이트 운영 중단을 알린 아마존차이나부터 전 중국 지사장이 직접 현지화 실패 원인을 밝힌 구글차이나까지, 미국 대표 IT기업들의 중국 시장 공략 실패 원인을 살펴본다.
현재 운영 중인 아마존차이나 사이트 [캡쳐=아마존차이나] |
◆ 토종업체 벽 너무 높다, 아마존 15년 만에 중국 사업 '두 손'
최근 아마존은 오는 7월 18일부터 중국 유통업체와 중국 소비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물류센터인 풀필먼트센터도 90일 이내 종료할 예정이다.
다만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미국 일본 등 해외제품을 판매하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아마존은 지난 2004년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줘웨왕(卓越網, 조요)을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 정식 진출했으나 15년 만에 중국 국내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아마존 중국 철수 소식 관련, 업계는 “예견돼 왔던 일”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아마존차이나’로 이름을 바꾸는 등 공격적 현지화 전략을 펼쳤지만 점유율 80%에 달하는 토종 업체들의 벽이 너무 높았다는 평가다.
진출 초기 아마존은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시장에서 15.4%(2008년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징둥(京東) 타오바오(淘寶) 등 현지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아마존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2017년 이후 아마존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1%선으로 떨어졌다. 중국 유력 온라인 경제 매체 제멘(界面)은 “1%를 겨우 턱걸이 하던 아마존의 점유율이 최근에는 0.7%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현지 업체의 독과점뿐만 아니라 잦은 중국 대표 교체도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2012년 왕한화(王漢華) 대표가 떠난 이후 아마존차이나는 7년 동안 사령탑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심지어 이들 모두 중국 비즈니스 경험이 전무한 경영인이다.
류창둥(劉強東) 징둥 회장은 앞서 한 TV프로그램에 출연, “아마존은 중국인을 믿지 않는다. 대표도 항상 중국 생활 경험이 없는 외국인으로 영입한다”며 “이것이 1%대 낮은 시장점유율의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구글의 실패는 중국 고객 이해부족과 잘못된 시장 전략
“중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구글 본사는 서비스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25일 리카이푸(李開復) 전 구글차이나 사장이 ‘중국 시장 실패 원인’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그는 “구글차이나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터넷 기업의 중국 지사라는 점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며 “그러나 검색 서비스를 중국 네티즌에게 적합하게 수정하는 과정에서 구글 본사와 마찰이 있었고, 이는 구글차이나 성장에 방해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리카이푸(李開復) 전 구글차이나 사장 [사진=바이두] |
리 전 구글차이나 사장은 검색엔진의 검색 기능을 중요시하는 미국인과 달리 중국 네티즌은 하나의 페이지에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아이콘(내용)을 클릭할 때마다 새 탭 또는 새 창이 생성, 새로운 페이지에 검색 결과가 나타난다. 리카이푸는 “중국인의 검색 습관에 맞춰 구글 서비스를 수정하려 할 때마다 본사는 코딩 에러 등 이유를 내세우며 심사 기간을 무한정 늦췄다”고 전했다.
현지화 대응없이 미국 등 국가에서의 성공 경험을 그대로 가져온 구글의 전략 때문에 중국 내 입지를 제대로 다지지 못했고, 그러는 사이 중국 토종 경쟁업체(바이두 등)는 꾸준히 이용자를 늘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리 전 구글차이나 사장은 중국인에게 의사 결정 권한을 주지 않는 구글의 관리 프로세스 문제점도 지적했다.
지난 2005년 중국에 진출한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 간부 출신 리카이푸의 지휘하에 조금씩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인터넷 검열은 협상 여지가 없는 법률적 요구”라며 자체 검열을 요구했고, 구글은 2010년 초 인터넷 자유 수호 의지를 밝히며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업계는 “구글로써는 잃을 것이 많지 않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차이나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긴 했으나, 후발주자인 현지 플랫폼 바이두(百度)에게 크게 뒤쳐지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2010년 1분기 구글 중국 시장 철수 당시 바이두와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67.8% 29.5%였다.
leem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