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출력 올라갔어도 설계적으로 막을 수 있었을 것"
"자동차 브레이크도 미끄럼방지·충돌방지 장치 설치해"
"안전 문화도 부족…정비 절차 지키는 문화 형성돼야"
[서귀포시=뉴스핌] 최온정 기자 = 국내외 원전 전문가들은 최근 한빛 1호기가 열출력이 급등한 채 12시간 가까이 방치된 사고에 대해 "설계를 통해 인적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 참여한 국내외 원전 관련 전문가들은 "원자력 규제가 강화되고 국민들이 우려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해 마음이 무겁다"며 이 같이 밝혔다.
2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9.05.21. [사진=한국원자력산업회의] |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경 한빛 1호기 원자로의 열출력이 약 18%까지 급증하는 이상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오후 10시 2분이 돼서야 원자로를 수동정지했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 무면허 정비원이 핵분열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한수원의 관리부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우선 이보현 한국전력기술 원전O&M사업그룹 그룹장은 설계차원에서 인적 오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되지 못한 점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설계사 입장에서 이번 사고는 많이 아쉽다"며 "실수에서 출력이 올라갔어도 그걸 설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간과학적인 관점에서 설계적으로 인적 오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좀 더 고민해서 발전소가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보선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 단장도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강조했다. 강 단장은 "예를 들어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만들었지만 브레이크가 있어도 차가 미끄러져서 사고가 생기니까 ABS(잠김방지 브레이크)도 만든다. 안전을 더 보강하기 위해 충돌방지 센서도 만든다"면서 "안전은 정해진 틀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9.05.21. [사진=한국원자력산업회의] |
안전과 관련된 문화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황인옥 한전KPS 원자력사업처 처장은 "원자력은 무엇보다도 안전 문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도 이러한 문제가 간간히 발생하는 건 문화적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며 "절차나 내용을 지킬 수 있는 문화 형성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켄지 무라노 도쿄전력 원자력운영관리부 부장도 안전의식 개선을 강조했다. 무라노 부장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의 안전의식을 개선시키는 것과 기술적 역량 향상이 중요하다고 대중에게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저희도 중대사고를 완화하고 기술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관리모델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빛 1호기 사태를 야기한 한국수력원자력 측 관계자들은 사죄의 말을 전했다. 강신섭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처 처장은 "이번을 계기로 아주 작은 절차라도 절차 규정 준수가 중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삼아 미흡한 점을 보완해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는 21일부터 22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22일에는 원자력 60주년 기념식도 함께 열리며,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등이 참여한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