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와 인도, 중앙아시아, 심지어 이란에서 아군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연달아 만나 다자주의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해 반미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푸틴과 밀착 행보
우선 시 주석은 러시아와 중국의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내달 모스크바를 국빈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되는 국제경제포럼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 2개월 새 두 번째로, 지난 4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시 주석은 이처럼 푸틴 대통령과 밀착 행보를 보이며 북한, 베네수엘라, 핵무기, 군축 등 사안에 대해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고 SCMP가 보도했다. 시 주석이 2013년 권력을 잡은 후 가장 많이 만난 정상이 푸틴 대통령이다.
러시아 극동연방대학의 아르티옴 루킨 국제관계학 교수는 “두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미국의 새로운 관세공격과 화웨이 제재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루킨 교수는 “러시아도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중국에게 대체 수출시장이나 기술 공급국 역할을 해줄 수는 없지만, 5년 이상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어 중국 또한 이를 견뎌낼 수 있도록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정신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꾀하는 미국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등의 방식으로 미국에 측면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루킨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관세나 첨단기술 등을 무기로 미국에 치명타를 입히기는 어렵지만, 양국이 협력하면 장단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와 경제 및 무역 관계를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유럽으로 눈을 돌려 투자와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러시아라는 신뢰할 만한 우방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고 미국을 자극해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킬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SCMP는 보도했다.
◆ 모디 총리는 ‘다자주의’로 환심 사기
시 주석은 내달 키르키스탄 수도인 비시케트에서 개최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별도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다자적 무역시스템이 주도하는 글로벌 무역을 희망하는 모디 총리에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다자주의와 개방성을 강조해 환심을 사겠다는 계산이다.
시 주석은 모디 총리에 그치지 않고 SCO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며 타지키스탄 등도 방문해 중앙아시아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은 이미 지난 26일부터 파키스탄과 독일, 네덜란드 등 순방길에 올랐다.
◆ 미국이 수세로 몰고 있는 이란에도 손 내밀어
시 주석은 이번 SCO 정상회의에서 이란을 정식 회원국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란은 유엔제재로 인해 옵서버 자격으로만 SCO에 참석해 왔다.
최근 미국과 군사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란을 정회원국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일방적으로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미국의 대척점에서 이란에 힘을 실어준다는 계획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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