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과 이로 인한 주식시장 급락,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안전자산 매입을 부추기는 요인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지만 금값이 뛸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값이 최근과 같은 침체 경고와 금융시장 혼란에 상승 탄력을 보이지 않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골드바 [사진=블룸버그] |
무엇보다 월가의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적극 베팅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금 선물이 온스당 1290달러 내외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는 움직임은 뜻밖이라는 지적이다.
30일(현지시각) UBS에 따르면 금 연계 상장지수펀드(ETF)의 ‘팔자’가 이어지면서 관련 상품의 금 보유 규모가 연초 대비 93만온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국에서 거래되는 ETF의 매도가 두드러졌다.
이와 별도로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에 따르면 금값 상승 베팅과 하락 베팅의 차이를 나타내는 순매수 포지션이 지난 21일 기준 한 주 사이 28%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안전자산 매입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금 대신 달러화를 사들인 데 따른 결과로 풀이했다.
지난 1분기 미국 경제가 3.1% 성장하는 등 아시아와 유럽 주요국의 실물경기 한파에도 미국이 상대적으로 강한 저항력을 보인 데 따라 달러화의 투자 매력이 크게 부각됐다는 얘기다.
이날 CNBC에 따르면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가 이달 들어 0.76% 상승했고, 달러화는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에 따른 침체 공포 이외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혼란과 유럽 주요국 정치권의 반 EU 세력의 부상이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강세를 부추긴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달러 상승은 금값에 대표적인 악재다. 일부 투자은행(IB)은 금값에 대한 비관론을 내놓았다. 웰스 파고는 금 매수 투자의견을 철회하고,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금값이 미국 국채 수익률 하락과 달라화 상승 사이에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은 향후 금값 전망을 더욱 흐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 유가와 금값은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형성하지 않고 있지만 유가가 인플레이션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실상 두 가지 상품 가격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위험자산 기피 현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리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8달러 선으로 밀린 상황.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고, 이는 물가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의 헤지 기능을 지닌 금값에 부정적이다.
한편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하반기 경기 한파에 주요국 주식시장이 급락할 경우 금값이 달러화와 동반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