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이후 작년 9월 기록했던 수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 됐다. 영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영국 통계청(ONS)은 20일(현지시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 전달에 비해 0.1% 올랐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이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조사한 예상치는 3.7%였는데 실제 수치는 이보다 0.1%포인트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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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5월 6일 영국 런던의 한 식료품 매장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물가 수치는 작년 1월(4.0%)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작년 9월 기록한 1.7%에 비해서는 2.2배가 넘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주류, 담배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도 3.8%를 기록했다.
영국 물가는 올 들어 계속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3.0%를 찍은 뒤 2~3월에는 2.8%, 2.6%로 잠깐 주춤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5~7월에는 각각 3.4%, 3.6%, 3.8%로 고공행진을 거듭할 뿐 아니라 매달 우상향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
영국 물가는 최근 들어 전문가들의 예상을 계속 뛰어넘을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에도 전문가들은 3.4%를 예상했는데 실제 수치는 3.6%를 기록했고, 이번에도 전문가들의 예상을 0.1%포인트 상회했다.
물가 당국은 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영란은행이 물가 관리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는 서비스 물가상승률은 7월 5%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달 4.7%보다 0.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란은행은 부진한 경제 성장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영란은행은 이번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4.0%로 결정했음에도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영란은행이 올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잉글랜드웨일스공인회계사협회(ICAEW) 경제국장인 수렌 시루는 "7월의 물가 수치가 예상보다 높아서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회가 다음달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되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올해 중 다시 정책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란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9월에 4.0%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품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전체적인 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7월 식품 및 무알콜 음료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9% 상승했다.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올랐다.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회는 이번달 회의에서 "식품 가격 상승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