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부동산 시장이 과거 1980년대 일본과 흡사한 버블을 연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당시 일본 주택시장 버블 붕괴는 거시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했고, 장기 디플레이션과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베이징의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블룸버그] |
28일(현지시각) 요시노 나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소 소장은 보고서에서 통화완화 정책과 금융 당국의 유동성 공급에서 비롯된 중국의 주택 버블이 과거 일본과 매우 흡사하고, 대대적인 리스크 관리 대책을 동원하지 않을 경우 결과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유동성과 신용을 풀어놓았고, 이 때문에 주택 대출과 가격이 일제히 천정부지로 뛰었다.
중국 현지 언론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대도시의 직장인 평균 연봉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이 50을 웃도는 상황이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적정 수준인 평균 소득 대비 3~6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부동산 투자는 중국인들 사이에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해법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고, 여기에 유동성 공급이 맞물리면서 버블이 몸집을 확대했다.
베이징의 평균 집값은 지난 2000년 초 평방미터 당 4000위안(578달러)에서 최근 6만위안(8677달러)으로 수직 상승했다.
가계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1996년 5.6에서 2013년 7.6으로 뛰었고, 이는 1988년 일본 주택시장이 기록한 정점3.0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또 한 가지 위험 신호는 은행권의 과도한 모기지 대출이다. 요시노 소장은 중국 은행권의 주택 대출 규모가 과거 버블 당시 일본에 비해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국 GDP 대비 주택 대출 비율 역시 일본에 비해 3배 가량 높고, 이 때문에 버블이 무너질 경우 충격 역시 상당할 것이라고 요시노 소장은 주장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지난 수 년간 중국 정부가 부실 대출을 뿌리 뽑기 위해 다각도로 대책을 동원했지만 은행권 주택 대출과 집값 상승 열기를 꺾어 놓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대도시의 인구 밀집과 주택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후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두드러진 기업 디폴트 상승이 중국의 부동산 버블에 대한 경계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일본과 흡사한 버블 붕괴가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미국과 무역 냉전으로 성장 압박에 시달리는 중국 경제가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경고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