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에 고립 위기에 처한 중국 통신 거대 기업 화웨이가 러시아의 첫 5세대(5G) 무선 네트워크 건설에 나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한 가운데 나온 소식이어서 주목된다.
화웨이와 미국 5G [사진=로이터 뉴스핌] |
6일(현지시각) 미국과 유럽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 업체 MTS와 5G 무선 네트워크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CNN은 이번 계약 체결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의 성과물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 주석은 공식 일정을 시작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가까운 친구’라고 지칭하며 양국 외교 관계 강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MTS는 공식 성명을 내고 화웨이와 5G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2019~2020년 사이 파일럿 5G 네트워크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는 또 이번 계약을 통해 화웨이가 러시아의 상업용 5G 네트워크 건설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양국의 보다 광범위한 경제적 공조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번 계약이 미국의 고강도 압박 속에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크게 부각시켰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통신 장비의 국가 안보 리스크를 앞세워 유럽을 중심으로 주요 동맹국들에게 5G에서 화웨이 제품을 배제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화웨이와 70여개 자회사를 거래 제한 리스트에 지정한 데 따라 주요국 이동통신 업체들이 화웨이 스마트폰 거래를 중단, 시장 퇴출 경고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미 상무부가 90일간의 유예 기간을 종료하고 거래 금지를 본격 시행할 경우 화웨이가 존폐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이자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가 이날 러시아 5G 시장에 포석을 마련한 데 대해 업계가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세대 IT 기술을 놓고 미국과 격렬한 패권 다툼 속에 중국이 비교적 강한 저항력과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은 “보호주의 무역정책과 헤게모니 다툼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편 미국의 화웨이 압박에 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미 반사이익을 취하는 움직임이다. 일례로, 핀란드의 노키아가 최근 2개월 사이 12건의 5G 신규 계약을 체결, 같은 기간 3건을 기록한 화웨이를 크게 앞질렀다.
이 밖에 일본과 영국의 이동통신 업체들은 화웨이의 신규 스마트폰 론칭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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