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최원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설과 관련, '자신의 임기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발언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으로부터 10일 친서를 받았다고 소개하면서 "그의 이복형에 관한 CIA 관련 정보를 봤다"고 말한 뒤, "나는 내 체제 아래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김정은)에게 말할 것이다. 확실하다(I would tell him that would not happen under my auspices, that's for sure)"고 했다. 또 그는 "내 체제 아래에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I wouldn’t let that happen under my auspice)"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의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었으며, 이를 알게 된 김정은 위원장의 명령으로 그가 살해됐다고 주장했다고 지난 7일 영국 더타임스는 보도한 바 있다. 이후 1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소식통을 인용, 김정남이 CIA 정보원으로서 CIA 요원과 수차례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VX 신경작용제에 의해 살해됐다.
파이필드 기자의 저서를 발췌한 더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남의 CIA 정보원으로서의 활동과 그의 피살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전임 행정부가 김정남을 차기 지도자로 염두에 뒀고, 김정남이 이를 이용하려 하자 위협을 느낀 김정은 위원장이 그를 살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시 말해, 미국이 2011년 말부터 시작된 김정은 정권을 김정남을 통해 교체하려 하자 김정은이 이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보당국을 동원해 김정은 체제에 위협이 될만한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확약함으로써 김정은의 체제 위협 불안 등을 덜기 위한 유화적 메시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성격을 감안할 때 그의 발언의 진의를 서둘러 파악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김정은에 대한 CIA의 스파이 행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취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혼선이 일기도 했다. 블룸버그와 AP통신은 백악관 발언록과 달리 '나는 그에게 말할 것(I would tell him)'이라는 표현은 넣지 않고 "내 체제 아래에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I wouldn’t let that happen under my auspices)"이라고만 전했다.
한편, 전직 미국 관리들은 WSJ의 '김정남 CIA 요원설' 보도에서 미국은 김정남을 통한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미국 정보기관들은 김정남이 그러한 역할을 맡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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