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타결시 채권금리 상승 불가피...시장 충격 우려
오석태 "미국, 금리인하와 미중분쟁 동시 타결 시나리오 없어"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시장에선 협상 타결이 가장 큰 리스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월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위기가 해소되면 채권금리도 빠르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주요국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국채 금리도 빠르게 하락(가격 상승)해 왔다. 지난 3월27일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1.75%)를 하회했고, 14일에는 1.470%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기준금리보다 28bp나 낮은 것으로,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금리 역전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
지난 1년간 국고채 3년물 금리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
시장 안팎에선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함께 연내 금리인하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12일 이주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에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발언해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웠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 금리인하 및 신흥국들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감으로 채권시장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6월말 미중 정상회담이 잘 풀려봐야 무역분쟁 휴전 정도인데다, 이미 무역분쟁이 기술·패권 대결로 확대돼 있어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한 차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인하 기조가 앞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키는 결국 미중 무역분쟁 추이에 달려 있는 만큼, 가능성은 낮더라도 협상이 잘 풀릴 경우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최근 발표된 중국 산업생산 등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중국이 받는 협상타결 압박도 커진데다, 미국 기업들 역시 대규모 관세 부과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무역협상 체결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Fed)의장은 "무역전쟁 리스크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늘 그렇듯 연준은 경기 확장을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오석태 SG증권 전무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금리를 인하하면서 동시에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되는 시나리오는 없다. 바꿔 말하면 미중 무역협상이 긍정적으로 흘러갈 경우,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라고 풀이했다.
신동수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이미 선반영된 상황에서, 금리동결 기조로 돌아설 경우 투자시점에 따라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만약 미중 무역협상 타결 시그널과 함께 채권금리가 정상화 할 경우, 단기간에 20~30bp까지 금리가 오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시장엔 새로운 충격이다. 금리역전 이후에 채권을 담은 사람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올해 들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이동한 상황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협상이 잘 되면 채권시장 자금 쏠림현상까지 되돌릴 수 있다"며 "금리상승의 유일한 리스크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미국 중국 모두 최근 경제지표가 둔화하는 상황이나, 그렇다고 리세션(경기침체)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앞서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5% 아래로 와 있는데, 협상 타결시 한번에 기준금리와 역전하지는 않더라도 기준금리(1.75%)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다"며 "크레딧은 상대적으로 스프레드가 덜 하락해 국채에 비해 충격이 작겠지만, 역시 금리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