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벌금 2000만원 선고 받아
한진그룹, 임직원 집행유예 관련 별도 규정 없어
변수는 '국민 여론'...이른 복귀시 여론 악화 가능성↑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파란불이 켜졌다. 지난달 관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을 면한데 이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과 벌금 2000만원,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07.02 pangbin@newspim.com |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2일 오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이날 법원은 검찰의 구형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벌금 15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안 판사는 "총수의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대한항공을 가족 소유 기업처럼 이용했다"며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불법행위에 가담시켰고 대한항공 공금으로 비용을 지급하기도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1심 선고로 조 전 부사장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된 것은 물론, 경영 복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은 지난달 해외에서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앞서 인천지법 형사6단독(오창훈 판사)은 지난달 13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80만원 추징금 6300여만원을 선고했다. 명품 의류 등을 밀수입한 것은 맞지만 실형을 선고할 수준의 범죄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은 구속 위기를 넘겼다.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의 회사 복귀를 가로막는 직접적인 장애물은 모두 없어졌다. 한진그룹이 내부 규정 등을 통해 집행유예 기간 동안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조 전 부사장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회사에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달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설이 더욱 힘을 얻기 시작했다. 조 전무는 지난달 10일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전무(최고마케팅책임자·CMO)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회사에 돌아왔다. 지난해 4월 대한항공 전무와 진에어 부사장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지 1년2개월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물컵 투척'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함께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다. 당시는 조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이후 3년4개월 만에 한진칼의 호텔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아버지인 고 조양호 회장은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두 딸이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했다.
재계는 만약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선다면 호텔 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조 전 부사장은 호텔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기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와 대한항공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그랜드하얏트인천, 제주KAL호텔, 서귀포칼호텔 등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 전문 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관련 국내외 호텔을 경영해 본 경험도 있다. 한때 서울 종로구 송현동 한진그룹 부지에 한옥 호텔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의 행보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는 '국민 여론'이 꼽힌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조 전무조차 복귀 당시 그룹 안팎에서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 전 부사장 역시 거친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리한 복귀가 국민 여론을 자극,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진그룹이 조 전무의 경영 복귀를 공식화하자 대한항공과 진에어 직원들은 물론, 한진칼의 2대주주인 KCGI도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조 전무 자신이 야기한 '진에어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 없이 무책임하게 복귀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조 부사장이 전격적으로 이른 복귀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룹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총수 일가의 복귀인 만큼, 이미 물밑에서 시점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한진그룹 관계자들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여부나 시기 등에 대해 "별도의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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