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으로 김정은과의 판문점 번개 회동 마련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 사상 처음 북한땅 밟아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미국과 중국이 오사카(大阪) 정상회담 전날 밤 극비리에 만남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다음 날 회담 시나리오를 매듭지었다고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옮겨갔고, 이후 짧은 트윗 글 하나로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번개 회동을 마련했으며 사상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29일 오사카 G20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신문에 따르면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측 대표단이 머무는 오사카 데이고쿠(帝國)호텔에 중국 측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류허 부총리는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과 만나 약 2시간에 걸쳐 회의를 가졌다.
지난 5월 초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던 협상을 재개하고자 했던 것은 미중 모두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후 현저하게 경제 성장세가 둔화됐고, 미국도 이란과 정세가 갑자기 긴박해지면서 중국과의 대립이 심화되는 것은 바림직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시진핑 주석 측이 보여 준 수입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 등 ‘유연한 태도’는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딱 좋은 정도였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세계가 주목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미중정상회담은 다음 날인 29일 11시 30분경 시작해 80분간 이어졌다.
5월 이후 중단됐던 미중 무역협상 재개, 미국 측의 대중 추가 관세 무기한 연기 등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 사항은 이미 전날 밤 밀회를 통해 시나리오가 그려져 있었다.
29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마주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마음은 시진핑에서 김정은으로
회담의 핵심 시나리오에 대한 매듭을 지었던 28일 밤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미중정상회담에 대한 흥미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그 증거가 29일 오전 7시 경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이라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간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하고 싶다”고 적었다.
북한 땅에 처음으로 발을 딛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되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미중정상회담에는 마음이 떠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직후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조찬회에서 “나는 군사분계선에 갈 것이다. 만일 김 위원장이 온다면 2분 정도 이야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의장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제 트위터 보셨습니까”라고 말을 건넸고, “봤습니다”라고 답한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함께 노력합시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고, 잠시 동안이지만 사상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세기의 담판으로 불렸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나름대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북한 땅을 밟는 세기의 빅쇼를 연출한 것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시나리오였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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