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도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이날 21세 이상의 여성에게 남성 후견인의 허락 없이도 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내용의 새 칙령을 발표했다. 칙령에는 여성에게 출산과 결혼, 이혼 등을 신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 및 여성의 고용 기회를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동안 사우디 여성들이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아버지나 남편, 아들 등 남성 후견인의 허가를 받아야지만 가능했다. 로이터는 사우디 여성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도 남성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했으며, 이에 사우디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사우디에서 여성이 종종 2등 시민 대우를 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이자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33)은 사회 개방 정책의 일환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완화해왔다. 왕세자는 여성의 운전 허용을 비롯해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2016년에는 사우디 경제를 2030년까지 변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여성의 노동참여율을 기존의 22%에서 30%까지 끌어올린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사우디에서 여성에 대한 탄압을 견디지 못해 캐나다 등 해외로 망명을 신청하는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캐나다는 사우디의 18세 소녀 라하프 알 쿠눈에게 망명을 허용했다. 쿠눈은 당초 사우디를 떠나 호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태국 방콕공항에 억류된 이후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AFP통신에 6개월 동안 방 안에 감금되는 등 가족으로부터 신체적·심리적 학대를 받은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중서부 지다시에서 한 여성이 자동차에 시승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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