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최원진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된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자 논평에서 한국의 원화가 이날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함께 1.4% 급락했다. 원화 가치가 이처럼 중국 위안화 움직임을 쫓아가는 이유는 한국이 중국과 교역 규모가 커 신흥 '위안화 블록'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동시에 '달러 블록'이기도 하다. 한국 비금융 기업의 달러 채무는 2550억달러로 이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16%에 달한다. 또, 금융기업의 외화 채무는 3050억달러로 GDP의 19% 정도다.
이 때문에 급격한 환율 변동은 이들 채무 기업들로 하여금 재무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고, 한국 정부는 자본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정반대 상황인 일본도 미중 환율전쟁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있다.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인 엔화로 눈길을 돌렸고,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매체는 일본이 세계 최대 채권국이고, 지난해 기준 순외화자산은 3조2000억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 예금자들은 더 큰 수익을 위해 해외 계좌에 달러 자산을 축적하는데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 자산에 대한 엔화 수익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결국 기업과 가계 손실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美 외환시장 개입 나서 환율전쟁 본격화하면 피해 막심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적극 대응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일본 교도통신은 미중 관세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일부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에다할로의 이시카와 마사노부 총책임자는 "우리는 트럼프가 다음에 무엇을 할 지 예측하지 못한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외환시장의 혼란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것과 일본이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5일, 중국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7위안 아래로 용인하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미국의 관세 등 여러 제재의 대상이 된다. 비록 일년 넘게 지속된 무역전쟁으로 관세 등 제재는 부여된 상태라 환율조작국 지정이 상징적인 조치라는 목소리가 많지만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계속해서 위안화 절하를 무기로 든다면 무역전쟁은 환율전쟁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2011년을 마지막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바 없고 미국이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시카와는 "절대적으로 그럴 일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환딜러 역시 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를 절하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것이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만일 G2 환율전쟁이라는 우려가 외환시장에 닥치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이 "가장 눈에 띄는 피해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달러와 위안화 블록 이중고인 한국은 그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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