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1994년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김고은)는 우연히 찾아온 현우(정해인)를 만난다. 두 사람은 이내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연락이 끊기게 된다. 그리고 다시 기적처럼 마주친 두 사람은 설렘과 애틋함 사이에서 마음을 키워 간다. 그러나 예전처럼 서로의 상황과 시간은 자꾸 어긋난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우연과 필연을 동력으로 나아가는 작품이다. 1994년을 시작으로 1997년, 2001년을 지나 2005년까지 11년 동안 만나고 엇갈리는 남녀가 주인공이다. ‘해피엔드’ ‘사랑니’ ‘은교’ 등을 만들어 온 정지우 감독은 자신의 새 멜로 영화의 소재로 라디오를 택했다. 실제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로 나섰던 ‘유열의 음악앨범’ 위로 한 연인의 첫사랑 연대기를 얹었다.
장점은 현실성이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둘의 갈등 구조(혹은 상황)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극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더 현실성이 짙다. 사랑이란 본래 둘에게만 특별한 법이다. 별거 아닌 이유로 불타고 별거 아닌 이유로 식는다. 정 감독은 미수와 현우의 스토리를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사랑 이야기로 담백하게 그려냈다. 관객이 각자의 기억을 가져와 추억을 곱씹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시대극인 만큼 아날로그 요소가 주는 힘도 세다. 라디오와 카메라 등 휴대전화와 SNS가 없던 시절, 연인을 연결시키고 그들의 추억을 담았던 것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느려서 더 설레고 즉각적이지 못해서 더 긴장되고 애달팠던 순간들이다. 물론 시대적 장치들이 철저한 고증을 거쳐 탄생했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벗어난 부분이 더 많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덮을 건 충분히 많다.

노래는 그중 하나다. 핑클의 ‘영원한 사랑’, 루시드 폴의 ‘보이나요’ ‘오 사랑’,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를 비롯해 신승훈, 이소라, 야니 등 당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의 명곡들이 스크린 너머로 흐른다. 음악은 언제나 힘이 세다. 마음이 일렁이는 건 순식간이다. 다만 우려가 되는 건 그 시대를 직, 간접적으로 느끼지 못한 관객에게는 이것들이 장점이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 영화의 한계이기도 하다.
미수와 현우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 신부와 그의 첫사랑으로 만났던 김고은, 정해인이 연기했다. 두 사람은 특유의 해사한 미소와 말간 눈으로 서로를, 그리고 관객을 웃고 울린다. 은자 역의 김국희는 잊을 수 없다. 그에게는 특별한 행동이나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도 상대를 먹먹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원라인’ ‘1987’ ‘소공녀’ 등에 조,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더 자주 오래 보고 싶은 배우다.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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