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0차 명도집행 끝 구 시장 점포 모두 철거
구 시장 상인들 “명도집행은 불법...투쟁 계속할 것”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구(舊) 노량진수산시장에 남아있던 점포를 강제 철거당한 상인들이 명도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을 규탄하는 한편, 명도집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구 시장 사수를 위해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1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민중당, 상인 등으로 구성된 구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는 4일 수협중앙회 앞에서 ‘노량진수산시장 사수를 위한 민중공동행동 결의대회’를 열고 “수협과 법원 및 경찰이 합동으로 진행한 명도집행은 불법”이라며 “구 시장을 사수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거센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고 바닥에 앉은 채 집회를 진행했다. 결의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4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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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100여 개 진보사회단체와 민중당 등으로 구성된 구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는 4일 ‘노량진수산시장 사수를 위한 민중공동행동 결의대회’를 열었다. 2019.09.04. hakjun@newspim.com |
이들은 명도집행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명도는 실제로 완료되지 않았고, 어떤 점포는 오로지 문서로써만 명도됐을 뿐”이라며 “명도절차 과정에서 민사집행법은 철저히 무시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6차 명도집행부터는 집기를 들어내지 않은 채 간판만 떼어내고,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이 듯 명도완료 스티커를 붙였다”며 “대상자에 대한 고지는 대부분 생략됐고, 법원 노무자가 아닌 수협 직원들의 명도 참여도 매번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구 시장 명도집행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강제철거 과정에서 폭력 등 인권유린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영상에는 명도집행 인력이 강제철거를 막으려는 상인들의 팔을 꺾어 제압하거나 욕설을 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인 최영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위원장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협은 지금 현 시각에도 무소불위 권력을 자랑하며 폭행을 일삼고 있다”며 “본인들도 자식이 있고 부모가 있음에도 우리 동지들을 발로 폭행하고 있다. 정말 피 토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백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명도집행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폭력을 말려야 하고 처벌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구경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 중심, 노동 중심으로 촛불 들었던 촛불 정권이라면 반드시 귀를 기울이고 나서야 된다”고 촉구했다.
상인들은 구 시장 사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들은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투쟁이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다시 시작”이라며 “노량진수산시장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정치권과 청와대에도 문제 해결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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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량진수산시장 /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법원과 수협은 2017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명도집행을 진행, 구 시장에 남아있던 점포를 모두 철거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을 둘러싼 갈등은 2012년 노량진수산시장 소유권을 가진 수협이 ‘수산시장 현대화’를 추진하며 시작됐다. 수협은 구 시장이 1971년도에 지어진데다 2004년 건물 안전사고 위험 평가에서 안전등급 C등급을 받은 것을 근거로 새로운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상인들은 비싼 임대료와 좁은 공간 등을 이유로 입주를 거부했다. 특히 오랜 기간 목 좋은 자리에서 장사한 상인들 불만이 컸다. 신 시장이 완공된 2015년부터 수협은 신 시장 입주를 요구했으나 일부 구 시장 상인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립 과정에서 구 시장 상인과 수협 직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2016년 4월에는 구 시장 상인 김모씨가 수협 최모 경영본부장 등과 논쟁을 벌이다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도 발생했다.
수협은 구 시장 상인 352명, 점포 297개소를 상대로 건물인도 및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수협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이들이 구 시장에서 퇴거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무단 점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