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과격 시위가 100일 이상 이어지면서 일격을 맞은 홍콩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에 바겐 헌팅을 노리는 세력이 기웃거리고 있다.
이른바 송환법 반대에 이어 반중 시민과 친중 시민이 얽히면서 시위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지만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에 단기에 급락하자 대기 자금이 입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천정부지로 오른 매도 호가에 접근이 어려웠던 홍콩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13일(현지시각)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홍콩 정부 지지자들이 오성홍기를 흔들고 있다. 2019.09.13.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상당 기간 매장을 비워둔 채 건물주가 호가를 낮추지 않으면서 거래가 마비됐던 시장에 투자자들이 ‘유턴’ 했다는 것.
송환법 시위로 인해 홍콩 실물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상업용 부동산과 주택 가격이 두 자릿수의 하락을 연출한 데 대한 반응이다.
현지 사업가 왕 치 씨는 최근 파트너와 공동으로 1억7000만 홍콩달러(2200만달러)에 쇼핑몰을 매입했다.
오랜 기간 부동산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던 그는 당초 매도 호가에 비해 35% 떨어진 가격에 자산을 손에 넣었다.
홍콩의 번화가 몽콕에 소재한 스탠 그룹도 공격적인 바겐 헌팅에 나섰다. 최근 수 개월 사이 5건의 상업용 부동산 자산을 30억 홍콩달러에 매입한 것.
회사의 스탠 탕 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홍콩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장밋빛”이라며 대규모 투자의 이유를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RVD에 따르면 소매 업계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1999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250%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오피스 가격은 무려 다섯 배 뛰었다.
파죽지세로 오르던 부동산 시장이 곤두박질치자 대기 자금이 공격 베팅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시장 조사 업체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는 3분기 오피스와 소매업 부동산 거래가 전분기 대비 55%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중장기 투자자들에게 최대 호기라는 평가다.
한편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관광 지역의 호텔 공실률이 급상상하는 등 홍콩 경제는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6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홍콩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따라서 등급은 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됐다.
이날 무디스 역시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