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설치했어도 제대로 작동 안 해..인명피해로 이어져
제일평화시장, 스프링클러 의무대상 아닌 탓에 화재 키워
[서울=뉴스핌] 임성봉 구윤모 기자 = 서울 중구 제일평화시장에 이어 경기 김포 요양병원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두 차례 화재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형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스프링클러 없거나, 먹통이거나
25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49명의 사상자를 낸 김포 요양병원 화재 당시 병원 내 설치돼 있던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중구 제일평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 등 관계기관이 1차 합동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22일 0시 38분께 의류 도소매상가인 제일평화시장 건물 3층 의류매장에서 불이 나 약 16시간 만에 진화됐다. 2019.09.24 mironj19@newspim.com |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확인 결과 의무 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은 하지 않았다"며 "다만 비상경보벨은 울렸다"고 설명했다.
김포 요양병원은 부천소방서가 지난해 실시한 화재안전 특별조사에서 '유도등 부족', '방화문 개폐 불량' 등 총 19건을 지적받았다. 자체 종합정밀점검에서는 자동 화재속보설비 연동 불량 등 26건이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 미작동 원인을 비롯해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보일러실에 설치돼 있던 '자동확산소화장치'에 대한 작동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포 요양병원에 앞서 이틀 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제일평화시장은 심지어 스프링클러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를 키웠다. 시민들의 발길이 많은 곳임에도 스프링클러 의무설치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탓이다.
제일평화시장은 지난 1980년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문을 연 뒤 2015년 4~7층이 새로 증축됐다. 건축물 종류는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됐다. 근린생활시설은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줄 수 있는 시설물을 뜻한다.
문제는 근린생활시설에 스프링클러를 의무설치하도록 하는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 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일평화시장에서 새롭게 증축된 4개 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으나 나머지 지하 1층~ 지상 3층에는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불을 키웠다.
소방청 관계자는 "제일평화시장 화재에서 스프링클러 설치와 관련한 불법요소는 없었다"면서도 "건물 특성에 따라 소방시설 설치를 소급 적용하는 법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잇따른 참사에도 '안전불감증' 여전
지난해 1월 무려 4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역대 최악의 화재로 기록돼 있다. 당시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부상당하는 등 총 159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당시 건물에는 불이 붙기 쉬운 내장재가 많았는데 병원 5개층 어디에도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지난 6월에서야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은 층수나 면적에 상관없이 스프링클러 또는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법령을 개정해 시행했다.
지난 2018년 1월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밀양시]2019.1.18. |
지난 2014년 5월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에서도 80대 치매노인의 방화로 입원 환자와 간호사 등 2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불은 발생 24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스프링클러가 갖춰져 있지 않았고 비상구도 모두 잠겨 있었다. 장성 효사랑병원 역시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하지 않은 의료기관이 지난 8월 기준 1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밀양 세종병원 참사 1년 지나도록 여전히 곳곳에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제일평화시장을 비롯해 전국 전통시장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또 3년 안에 모든 의료기관이 간이스프링클러와 자동화재속보설비 등을 설치하도록 세심히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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