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끊이지 않는 연예계 비보에 업계는 물론 팬덤, 온라인상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리가 세상을 떠난 뒤 작심발언을 한 김동완을 비롯해 문제는 악플만이 아니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신화 김동완은 최근 SNS에 사망한 설리를 애도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운동선수를 비유로 들며 계속해서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어린 연예인 후배들을 걱정했다. 또 이런 문제를 방치하는 소속사를 향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악플' 수준을 넘어, 여자연예인을 향한 왜곡된 시선과 강요가 문제라는 의견들이 쏟아져나왔다.
가수 겸 배우 김동완 [사진=뉴스핌DB] |
◆ 김동완 작심발언, 원치않는 상황에 내몰리는 아이돌 멤버들
김동완은 설리 사망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후배들을 위해 소신발언을 이어왔다. 지난 15일 그는 "더 많은 매체들과 연예인들이 생겨나며 서로에게 강요받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편히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건강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길 바라는 어른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많은 후배들이 돈과 이름이 주는 달콤함을 위해 어떤 병을 갖고 일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SNS에 적었다.
이어 그는 향정신성의약품이 편의성 이면에 수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본인이 원해서, 혹은 빠른 해결을 위해 약물을 권유하는 일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대형 기획사들의 안일한 대처는 접촉 없이도 퍼지게 될 전염병의 숙주가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김동완의 지적은 많은 연예계 종사자들이 피부로 느끼고 공감하는 바 중 하나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어린 연예인들이 노출돼 있는 문제는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중요한 건 이걸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연습생 생활을 거치며 데뷔, 흥행, 성공을 바라보고 달리는 연예인들, 지망생들에게 스스로가 처한 환경이나 마음의 병을 돌볼 여유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뉴스핌DB] |
특히 김동완이 마음의 병을 언급하며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을 경고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그는 "운동선수도 회복 시간까지 계약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택한다"며 연예인들이 우울증을 앓으면서도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고, 약물에 의존하다보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리 이전에도 이미 많은 이들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고, 또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는 점에서 이제는 누구든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 단순히 '악플' 탓 아냐…이제야 지적된 '문제의 본질'
설리가 떠난 뒤, 온라인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까지 인터넷 실명제 요구 등 악플을 근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악플 때문만인가' 하는 새로운 문제의식도 나오고 있다. 생전 설리가 유난히 여자 연예인으로서 '기대'되는 태도를 벗어난 파격 행동으로 주목받고, 그로 인한 악플 세례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 주장의 포인트다.
설리의 죽음이 보도된 이후 SNS 상에서는 그가 '여성혐오'의 피해자라는 주장이 속속 올라왔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설리의 죽음에 절대로 여혐이 배제될 수가 없다. 수많은 여자들이 이번 일에 크게 슬퍼하는 것은 설리의 행보가 같은 여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고 여성혐오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그저 연예인들 악플 문제라고만 하기에는 근본적으로 남돌(남자 아이돌)과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트윗은 1400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 |
또 "설리에게 악플을 단 사람에는 남녀가 따로 없었다며 그의 죽음을 여성인권 차원으로 소비하지 말라는 트윗을 봤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그건 오히려 여성조차 여성혐오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그래서 여성혐오와의 싸움은 성대결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싸움임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견을 남긴 트위터 이용자도 있었다. 이 트윗은 3000여건이 넘게 리트윗 되고, 1300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 16일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설리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고인은 여성 혐오에 맞서 함께 싸워왔던 젊은 여성들의 동지"라며 "가부장제 남성 권력에 맞선 당당함은 노동현장의 가부장제와 자본 권력에 맞서 투쟁하는 여성노동자와 닮았기에 좋았다. 우리는 설리의 용기 있는 모습은 응원했지만 아픔은 함께하지 못했다. 설리 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곳에서 평온을 찾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