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마닐라 지점 통해 필리핀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재판부 "징역형 선고해야하지만 고령, 배우자 사망 등 고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일염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과 달리 별도의 사회봉사는 명령하지 않기로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룹 총수의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데 그룹 임직원을 동원, 후보자를 선발해 면접 보게 하고 선발하는 등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들은 비자 발급 수수료 등을 회삿돈으로 지급하고, 일반 연수생으로 가장하기 위해 허위 서류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등 치밀한 수단을 강구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개인돈으로 가사도우미 급여를 지급했다고 하지만, 이는 고용한 자로서의 당연한 의무일 뿐"이라며 "제반 사정에 비춰보면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은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이라고 보기 어려워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 7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07.02 pangbin@newspim.com |
다만 "불법 유흥업소에 외국인을 취업시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일반적 출입국관리법위반 범죄와는 그 죄질을 달리하는 점,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현재 만70세 고령으로 장녀와 함께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남편마저 사망하는 아픔 등을 겪은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대한항공 회장 비서실에 가사도우미 고용을 지시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초까지 필리핀 국적의 여성 6명을 대한항공 연수생인 것처럼 입국시킨 뒤 불법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외국인이 가사도우미로 일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F-4 비자)나 결혼이민자(F-6 비자)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져야 한다.
검찰은 1심에서 이 전 이사장에 대해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이보다 무거운 형인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이 전 이사장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녀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 받았다. 다만 조 전 부사장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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