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나흘 뒤면 종료된다. 미국과 일본이 다각도로 한국 정부에 연장을 종용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만 했다"며 별 진전이 없었음을 인정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에게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기는 어렵다"며 지소미아 폐기 방침을 고수했던 터라 한일 국방장관회담 결과는 충분히 예견됐던 터다.
한일 양국이 치킨게임을 중단하지 않는 한 23일 0시면 지소미아는 자동 폐기되고 한일 관계는 물론 혈맹이라고 칭했던 한미 동맹에도 심각한 균열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걱정이다. 한일 양국은 원칙을 내세워 '지소미아'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징용공의 배상 문제다.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이라는 이유로 징용공 배상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데 대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협력을 끊는다는 차원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선택했다.
문제는 지소미아 파기가 동북아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은 지소미아의 포기는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협정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 모두 먼저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먼저 해제하지 않는 한 지소미아 연장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와 지소미아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간 감정이나 자존심 문제로 결정되서는 안될 만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주제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한 발자국도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한미 동맹이 훼손된다면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수위는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고립도 걱정이다.징용공 배상이라는 과거 문제에 발목이 잡혀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안보가 위협받아서는 안된다.
파기 후 다시 협상해서 복원할수 있다는 생각이라면 너무 위험하다. 한번 깨진 그릇에 물을 담기는 어렵다. 지소미아가 한일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 보다 전향적인 협상 자세가 필요하다. 동북아 안보는 비단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한내 타결이 어렵다면, 한시적인 연장 조치로 지소미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양국간 신뢰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