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걸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해 tvN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배우로서 역량을 인정받은 혜리. '의외로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던 혜리가 또 한번 인생작과 만났다. '투깝스'를 지나 tvN '청일전자 미쓰리'를 통해 이젠 '걸스데이 혜리'가 아닌 '배우 혜리'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ING] 2019.11.22 alice09@newspim.com |
"사실 어떤 작품을 하고 나서 만족한다는 기분은 어디서도 못 느꼈어요. 끝나고 나서야 늘 아쉽고, 더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웃음). 정말 '청일전자 미쓰리'를 하면서 혜리로서도, 극중 선심이로서도 위로를 많이 받았죠. 정말 예쁘고 착했던 선심이로 살아간 3개월이 참 행복했어요."
혜리가 연기한 이선심은 청일전자 말단 경리에서 회사가 망하기 직전 대표이사 '미쓰리'가 되는 인물이다. 스펙이라고는 1도 없는 극한 청춘으로 회사를 살릴 능력은 없는, 마음만 절박한 캐릭터다.
"처음에 선심이를 봤을 때 '평범하다'는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고요. 이 작품도 특별하지 않고 빛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심이를 연기하면서도 정말 우리들 옆에 있는 사연으로 생각했죠. 제 친구, 시청자들 일이라고 생각하고 방향을 잡아 나갔어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작품은 혜리가 중심이 된다. 1년 8개월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만큼, 드라마 제목이 주는 압박감과 부담은 혜리에게 크게 다가왔다고. 하지만 그는 "그런 부담이 곧 바보 같았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ING] 2019.11.22 alice09@newspim.com |
"제일 크게 느낀 건 제목에 '미쓰리'가 들어가서, '이 극을 혼자 짊어지고 가야하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부담 됐죠. 그런데 대본을 받고 선배들을 만났는데 그 생각이 정말 바보 같았더라고요. 하하. 베테랑 선배들이 계신데 제 스스로 큰 욕심을 냈던 것 같아요. 선배들이랑 어울려서 제가 선심이로 살아가면 잘 할 수 있는 드라마였는데, 시작 전부터 너무 큰 부담을 가진 거죠."
제목은 혜리만을 가리키는 것 같지만, 드라마 전반적인 이야기는 '청일전자'에 머무는 모두의 이야기를 그린다. 선심이의 고군분투기와 더불어 위기의 중소기업 직원들이 버텨내며 성장하는 하루하루를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조금은 느린 전개로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사기도 했다.
"일단 등장인물이 많아요. 만약 선심이 이야기만 나왔다면 전개가 빨랐을 거예요. 그래도 처음부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조금 느려도 우리 가족들과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주변을 둘러보면서 갈 수 있는 스토리죠. 저는 선심이만의 드라마가 아니라서 더 좋았어요(웃음)."
작품에서 혜리와 가장 많이 호흡한 인물은 유진욱 부장 역의 김상경이다. 그는 '청일전자 미쓰리' 제작발표회와 중간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번 작품을 혜리의 '인생작'이라고 꼽으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ING] 2019.11.22 alice09@newspim.com |
"선배가 그런 거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드라마나 어떤 작품을 했을 때 시청자 의견이 제일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 하면서 중소기업이나 공장, 일반 회사에 다니는 분들이 SNS로 쪽지를 많이 주셨어요. '청일전자 미쓰리'가 그 분들의 인생작품이 됐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전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저를 보시더니 '청소기 팔아줘야 하는데!'라셨죠. 그런 반응이 너무 좋고 재밌었어요(웃음)."
실제 성격과 다른 선심이를 연기하며 개인적으로 답답함을 느꼈던 혜리. 하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레 선심이에게 동화됐다. 자신의 데뷔 초기를 생각하며 선심이를 더욱 이해하게 됐다.
"처음엔 많이 답답했죠. 저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인데, 선심이는 늘 참잖아요. 그런데 극을 진행하고 보니까 그게 선심이의 장점이더라고요. 답답하게 생각했지만 배워야 하는 점이었죠. 저도 데뷔 초엔 화낼 줄 몰랐어요. 누군가 저한테 화를 내거나,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들었을 땐 '나는 그냥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구나' 생각했거든요. 죄송하단 말이 입에 붙은 사람이었어요. 그땐 사회 초년생이라 그랬던 건데, 선심이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도 많이 났죠."
벌써 데뷔 10년차. 이제는 배우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혜리는 지금 시점을 '새로운 2막'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작품이 끝나고 생각해보니 그간 제 모습들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 예뻤던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제 10년차가 되면서 연예인으로서, 배우로서 제2막에 접어든 것 같아요. 그래서 또 다른 시작이라고 느껴요.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는 역할, 사람냄새 나는 캐릭터로 찾아올게요.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