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시행한 스웨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로 인상, 실험적인 통화정책의 결과물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릭스뱅크의 이번 결정과 5년간 비전통적 정책 행보가 남긴 결과는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결론은 우울하다. 마이너스 금리 제도는 정책자들이 기대했던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가계 부채를 눈덩이로 불어나게 했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했다.
ECB의 정책자들 사이에 통화정책 기조 변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거운 가운데 스웨덴 중앙은행의 5년간 성젹표가 좌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19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뱅크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25%에서 0%로 인상했다.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도입한 이후 약 5년만에 이른바 '서브 제로'를 탈피한 것. 릭스뱅크의 당시 결정은 2016년 초 BOJ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에 빌미를 제공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로 혹은 마이너스 금리 시행 압박의 근거로 동원되기도 했다.
실물경기를 회생시킨다는 것이 정책자들의 주장이었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웨덴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 2015년 4.4%에 달했지만 2016년과 2017년 각각 2.4%와 2.2%로 떨어졌고, 올해 성장률은 1.2%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내년 성장률은 1.0%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부양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스웨덴의 인플레이션은 1.7%로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2.0%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실험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무엇보다 급증한 부채 규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스웨덴의 민간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GDP의 285.7%에 달했다. 이는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다.
마이너스 금리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도 불을 당겼다. 수급 불균형과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집값 상승이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았고, 연금 펀드를 포함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크게 위협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옥슬리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CNN과 인터뷰에서 "릭스뱅크의 이번 결정은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둘러싼 부정적인 평가를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스웨덴의 릭스뱅크를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OECD의 로렌스 분 이코노미스트는 WSJ과 인터뷰에서 "모든 중앙은행들이 서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 제도가 종료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린다는 이유만으로 과격한 통화정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유로존 역시 스웨덴과 흡사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ECB가 릭스뱅크의 결정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웨덴의 결정이 전해지면서 유럽 주요국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뛰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전날 마이너스 0.247%에서 이날 장중 마이너스 0.21%로 올랐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수익률도 각각 5bp(1bp=0.01%포인트)와 3bp 내외에서 동반 상승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