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비밀리에 일본을 빠져나가 레바논으로 도피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다음주 중에 기자회견을 열 전망이다.
산케이신문은 2일 레바논 현지 언론 안나하르를 인용해 "곤 전 회장이 오는 8일(현지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신문은 "레바논 내에선 기자회견이 며칠 내에 열릴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어 정보가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곤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에 있는 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디어와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됐다"며 "다음주의 시작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일 구속 108일 만에 보석을 허가받아 석방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곤 전 회장이 29일 밤(현지시각) 터키에서 개인용 제트기를 타고 레바논에 입국했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 4월 △도쿄 내 거주 △해외 출국 금지 등의 조건으로 보석으로 풀려났기 때문에 일본 당국은 그의 비밀 출국에 충격을 받은 상태다.
현재 곤 전 회장이 어떤 방법을 사용해 일본을 빠져나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레바논 측은 곤 전 회장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레바논에 입국했다고 설명했지만 "곤 전 회장이 어떻게 일본을 출국해 레바논에 들어왔는지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해 자세한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유력하게 제시되는 방법은 그가 '악기상자'에 몸을 숨겼다는 설이다. 레바논 언론인 MTV는 곤 전 회장의 출국을 주도한 건 '준 군사적 그룹'이라며 이들이 "크리스마스 음악밴드로 변장해 곤 전 회장이 체류하고 있는 도쿄 자택으로 들어가 목재 악기상자에 (그를 숨겨) 나왔다"고 전했다.
이후 곤 전 회장은 간사이(関西) 공항에서 터키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비행기가 29일 오후 11시 10분 간사이 공항을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로 향한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국토교통성 간부는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검사를 받지 않고 출국하는 건 100%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인 전용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일반 여객기 이용자와 마찬가지로 CIQ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곤 전 회장은 지난해 보석으로 풀려났을 때도 작업복을 입은 모습으로 변장한 바 있다. 국토교통성 간부는 "만일 이번에도 변장을 했다고 해도 여권 확인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국빈이나 대사관 관계자의 경우 CIQ 검사를 받지 않고 통과할 순 있지만 이 경우에도 사전 신청은 필요하기 때문에 대리인이 대신 심사를 받는다.
다만 전용기의 경우 비행기에 실릴 화물 검사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반 여객의 경우는 화물에 대한 X선 검사가 의무지만, 전용기는 기장의 판단 등에 의해 생략되는 경우도 있다고 NHK는 전했다.
◆ 여권없는 곤 전 회장, 레바논 입국 어떻게?
곤 전 회장이 어떻게 여권을 갖고 출국했는지도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이 레바논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5시 베이루트에 도착해 프랑스 국적 여권을 제시했다. 여권에 기재된 이름은 그의 본명 '카를로스 곤 비샤라'였다.
문제는 곤 전 회장의 여권은 변호인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도쿄지방재판소(법원)가 곤 전 회장의 보석을 결정하면서 그의 모든 여권을 변호인이 보관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 외에도 출생국인 브라질과 오랜 기간 생활한 프랑스 3개국의 여권을 갖고 있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인 히로나카 준이치로(弘中純一郎) 변호사는 1일 "곤 전 회장의 여권은 모두 변호인이 갖고 있으며 프랑스 여권은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K는 "여권을 갖고있지 않은 곤 전 회장이 어떻게 레바논에 입국했는지 해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현재 도쿄지방 검찰청과 경찰 측은 곤 전 회장이 부정한 수단을 사용해 출국했다고 판단하고 출입국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 측은 곤 전 회장에 동행한 복수의 인물이 있다고 보고 보석 후 거주지 등 주변의 방범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조력자 특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2020년 봄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곤 전 회장의 재판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의 형사재판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1심 공판에 출석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2010~2017년 간 유가증권보고서에서 자신의 보수 중 91억엔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축소 신고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오만의 지인에게 낫산 자회사 자금을 부정 송금했다는 특별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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