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달러 오르면 우리나라 연간 경상수지 90억달러 줄어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중동 불안 지속에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시장 충격이 심화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가 오르고 우리나라 경상수지도 끌어내릴 수 있다.
8일 오전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일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고 있다. 지난 3일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사살하면서 미-이란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오전 배럴당 65.5달러까지 올랐다가 오후 들어 63.5달러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일비 1% 이상 오른 수준이다.
무역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동 불확실성은 더욱 민감한 이슈다.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항공사를 비롯한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게 된다.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할 경우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도 위축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상수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1월까지 우리나라가 원유 수입에 지출한 금액은 모두 643억달러다. 전체 원자재 수입액 2320억달러의 약 28%에 달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전체 수입액이 늘면서 경상수지에도 부정적이다. 단순계산에 따르면 배럴당 유가가 10달러 오를 경우 연간 상품수지는 약 90억달러 가량 악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금처럼 환율과 유가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 실제로 원유수입을 위해 우리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란으로부터 직접 원유를 수입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이란 제재 영향으로 지난해 5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은 중단했다. 하지만 중동으로부터 전체 원유의 70%를 수입하고 있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의 보유 비축유 분량은 약 6개월분 정도다.
이란은 지난 2011년부터 미국 제재에 반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언급해왔으나 실제로 봉쇄한 적은 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 물동량의 1/3이 드나드는 곳이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란의 보복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했다. WTI기준 유가 상단 전망을 70달러에서 75달러로 수정한다"며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8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