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확성기 선거운동으로 정신적·육체적 고통 받았다"
헌재 "기본권 보호 의무 과소 이행…헌법불합치" 첫 결정
국회, 2021년 12월 31일까지 공직선거법 개정해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헌법재판소가 확성기 선거운동시 소음 규제 기준을 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첫 판단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13일 "확성기 선거운동을 허용하면서도 소음 규제기준을 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 제79조 3항 2·3호 및 공직선거법 제216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법불합치란 사실상 위헌이지만,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법률의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해당 법률을 유지하도록 하는 결정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국회는 2021년 12월 31일까지 공직선거법에 확성기 소음규제 기준을 넣는 방식으로 개정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의 선거 벽보. 사건과 관계 없음. [사진=뉴스핌DB] |
앞서 청구인 A씨는 지난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후보자들이 A씨의 거주지 주변에서 확성기로 선거운동을 해 소음으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씨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확성장치의 최고출력, 사용시간 등 소음에 대한 규제기준 조항을 주지 않는 등 그 입법의 내용·범위 등이 불충분해 환경권·건강권 및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08년 같은 사건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헌재는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공직선거법엔 야간 연설 및 대담을 제한하는 규정만 있는데, 대다수의 직장과 학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하고 있어 그 전후 시간대의 주거지역에는 정온한 환경이 더욱더 요구된다"며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양호한 주거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과소하게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선애·이미선 재판관은 "공직선거법은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과 장소, 시간, 용도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자동차에 부착하는 확성장치와 휴대용 확성장치의 개수도 각 1개로 제한하고 있어 소음의 정도를 규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국민주권 원리를 실현하는 공직선거에 있어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알리는 데 장애가 있음을 고려하면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과소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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