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미인증' 마스크도 장당 900원에 거래…불티
중국인 도매상까지 가세…한 몫 챙기려는 업체들
식약처 단속반 가동…"보건용 마스크 생산 허가받아야"
[편집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러온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500원하던 마스크 한 장 가격이 5000원까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지만, 그 마저도 품절이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매점매석까지 더해져 마스크 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사건팀(박준형, 한태희, 임성봉, 김경민, 이정화, 이학준 기자)은 가격 폭등의 원인과 문제점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는 취지에서 마스크 제조에서 판매까지, 생산과 유통 과정 전반을 다각도로 취재하였습니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이학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마스크 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인증을 받지 않은 보건용 마스크가 KF(먼지차단기능) 인증 마스크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꼬리를 밟히지 않기 위해 단 며칠만 공장을 임대한 뒤 마스크를 생산, 비싼 가격에 유통업체에 판매하거나 중국으로 넘긴 뒤 사라지는 이른바 '먹튀' 흔적까지 발견되면서 정부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모 유통업체 대표 A씨에 따르면 Y사 대표 B씨는 최근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은 보건용 마스크를 대량 생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용 마스크는 입차 차단 성능에 따라 제품을 구분, 식약처 허가를 받아 제조·판매하도록 돼있다. 식약처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면서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인 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보건용 마스크 허가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포천=뉴스핌] 이학준 기자 = 경기 포천시 소재 한 창고에 최근까지 마스크를 제조, 판매한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이학준 기자] 2020.02.12 hakjun@newspim.com |
그러나 지난 12일 기준 보건용 마스크 허가업체 확인 결과 Y사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았다. Y사는 마스크 제조업체가 아닌 생활·건강용품을 유통·판매하는 업체로,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Y사는 경기 포천시의 한 창고를 마스크 제조공장으로 사용했으나 모 인터넷 쇼핑몰에서 확인된 Y사의 주소는 경기 성남시로 표기돼있다. 대표이사 이름 역시 B씨가 아니었다. A씨는 "B씨가 2월 중순 식약처 인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더구나 공장이 있었다는 포천의 창고는 텅 비어 있었다. 박스 더미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고, 마스크 제조 기계는 찾을 수 없었다. 공장에 으레 있어야 할 간판은 눈에 띄지 않았고, 공장 입구나 주변에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우체통도 보이지 않았다. 오래 전 버려졌다고 봐도 무방한, 흡사 유령건물을 방불케 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B씨와 1장당 312원에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며칠 후 B씨는 A씨에게 "물건을 못 주겠다"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1장당 900원에 계약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B씨가 1장당 900원 수준에서 중국 업체에 마스크를 넘기려 했다"고 전했다. 식약처 인증 마스크의 공장 출고가는 대체로 1장당 500원 수준이지만 B씨는 더 비싼 값을 받고 마스크를 유통한 것이다.
A씨는 계약서 작성 당시 포천 창고에서 직접 기계가 찍어낸 마스크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비어 있는 공장에서 마스크 제조 기계 4대가 가동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기계들은 온데간데없었다. 공장 문을 열자 지저분한 바닥에는 온갖 쓰레기와 찢어진 박스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자재들이 뒤엉켜 있었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황급히 자리를 비운 듯했다.
다만 최근까지 마스크를 제조·판매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마스크 판매원과 제조원, 품명이 적힌 종이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판매자로 보이는 리스트도 찾을 수 있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창고에서 최근까지 마스크를 생산한 것이 맞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최근 이사를 했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 이름이 무엇인지, 원래부터 마스크를 제조했던 것이 맞는지를 아는 주민은 없었다.
[포천=뉴스핌] 이학준 기자 = 경기 포천시 소재 한 창고에 쓰레기와 박스, 자재들만 나뒹굴고 있다. [사진=이학준 기자] 2020.02.12 hakjun@newspim.com |
A씨는 "기존에 마스크를 제작하던 업체가 아니었던 Y사가 이번에 공장을 임대해 대목을 노리고 처음 마스크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B씨가 실제 창고 주인이 아닐뿐만 아니라 한몫 챙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이 과정에 중국 도매상이 끼면서 큰 이득을 봤다는 게 A씨 주장이다.
반면 A씨는 B씨의 일방적 계약 파기로 인해 손해를 보면서 회사 존폐의 갈림길에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B씨가 마스크를 1장당 900원에 사가라고 하면서 사지 않더라도 900원 가격에 넘길 수 있는 중국 도매상이 있어 떼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A씨는 "B씨가 계약 파기로 인한 위약금과 함께 식약처의 매점매석 단속에 따른 벌금까지 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식약처는 마스크 불법 제조 및 거래 단속을 위해 자체적으로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을 꾸렸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지자체 30개팀 180명으로 구성된 정부합동반속반은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음지에서 일시적으로 물건을 만들어 중국으로 넘기는 업체들의 은밀한 거래가 교묘한 눈속임으로 단속망을 피하는 정황들이 포착되면서 정부 대책이 허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공장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려면 식약처 허가가 필요하다"며 "만약 불법적으로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고 하면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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