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한국타이어는 수요 몰려, HK이노엔 겨우 수급
미 깜짝 금리인하 후 회사채 시장 우량채 선호 심해져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크레딧 시장에서도 우량채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AA 이상 우량채는 넘치는 수요로 증액 발행이 이뤄지고 있으나, 상하위등급 경계에 놓인 A등급 회사채는 경계심리에 떨고 있다.
더욱이 3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깜짝'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채권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심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신용경색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냉기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 AA급 수요예측은 흥행...A급은 비교적 부진
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SK가스(AA-)는 예상보다 수요가 몰리자 발행규모를 500억원 늘렸다. 5년만에 발행하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AA-)도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며 당초 2000억원에서 1000억원 늘린 3000억원 어치를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 2일 진행된 에스오일(AA+) 수요예측에서도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대해 총 1조14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하지만 같은날 진행한 HK이노엔(A-)는 달랐다. 당초 3년물 모집예정액인 500억원에 대해 수요예측을 맞추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조달금리도 3년 만기 개별민평 수익률 대비 스프레드 11bp선으로 높게 결정됐다.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인 태영건설(A0)도 긴장하고 있다. HK이노엔과 같은 A등급이고, 건설업종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실시한 한화건설(A-)은 오버부킹에 성공했지만 조달금리는 3.208%로 당일 민평 3사 평균 A-등급 수익률(2.631%)에 비해 약 60bp나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적정 벨류에이션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A급 회사채의 수요예측이 예상보다 흥행하지 못했다"며 "거래가 안될 것이란 예측이 있어 스프레드를 먹고 나가려는 투자자도 없다"고 전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싱글에이급 채권 금리가 매력적이지만, 현재로써는 투자자들에게 신용리스크가 더 결정적 요소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연초부터 신용평가사들이 실적 부진 기업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용평가사 3사는 LG디스플레이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이마트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각각 떨어뜨렸다. 지난달 28일엔 OCI의 신용등급도 'A'로 하향 조정됐다. 통상 실적 확정치가 나온 뒤 등급조정을 하던 관례와 달리 연초 상위등급의 조정이 다수 이뤄진 것. 올해 신평사들이 어느때보다 과감한 액션에 나설 것이란 신호로 읽힌다.
◆ 회사채 시장, 양극화 더 심화될듯..."신용경색 수준 아직 아냐"
미 연준의 깜짝 금리인하가 리스크 회피 심리를 키우면서 하위등급에 대한 경계감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비우량 등급의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딧에서도 앞으로 상하위등급 간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다"며 "정유업종 유통업종은 상위등급임에도 실적둔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선호도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게 중론이다. 소비가 둔화하고 생산활동이 차질을 빚겠지만,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금융기관이 동반 부실에 빠질 수준은 아니란 것.
한광열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신용경색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며 "외국 하이일드 채권이나 에너지 기업들이 먼저 유동성 경색을 보인 다음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연준의 금리인하로 펀더멘탈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시장 혼란을 잠재하기 위해 공조를 완화로 이어나가고 있기에 금융시스템 자체가 망가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채권팀장은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린 3일에도 미국 회사채 시장에선 발행도 많았고 금리도 미 국채만큼 빠지지 않았다"며 "트리플 B까진 양호하게 시장이 현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lovus23@newspim.com